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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미술작가가 시장 독식… 참신한 인재 수혈 필요”

입력 : 2015-01-20 20:55:49 수정 : 2015-01-20 20:5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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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품가격인덱스’ 장준영 대표 10여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미술품 소장과 투자 클럽이 있다. 기업인을 비롯해 미술애호가 등이 참여하고 있는 컬렉터그룹이다. 돈을 모아 낙찰계를 타듯 순번으로 돌아가면서 작품을 손에 넣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주로 참신한 신예 작가와 중견 작가의 작품이 타깃이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이가 장준영(52)씨다. 독일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그는 현재 ‘한국미술품가격인덱스’ 대표를 맡고 있다. 한국미술품가격지수(KAPIX)를 개발하고 국내 대학 컴퓨터공학과에서 ‘이미지 분석’을 주제로 공학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한국 미술의 요즘 현실이 암울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있다. 과거에 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향력 있는 ‘교수작가’들을 배경으로 땅 짚고 헤엄치듯 성장한 것이 한국의 대형 화랑들이다. 그러니 작품 크기에 따라 값을 더 받는 호당가격제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철저히 가격지수에 의해 거래되는 세계미술시장의 글로벌스탠더드와는 거리가 있다.”

그가 미술품가격지수를 개발한 배경이기도 하다. 옥션거래의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작가의 이력이나 작품성 등을 고려해 가감하는 방식이다.

“미술품가격지수는 컬렉터나 작가, 화랑 모두에게 안정적인 예측치를 가늠하게 해 준다. 하지만 2007년 전후로 미술시장이 호황을 누렸을 때 화랑들은 컬렉터에게 묻지마 투자를 조장했고 컬렉터들도 일확천금을 노려 여기에 가세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작품 가격이 반 토막이 나면서 많은 컬렉터들이 미술시장을 떠났다.”

한국미술시장의 글로벌스탠더드화를 주창하고 있는 장준영씨. 그는 이를 위해선 “제3의 참신한 미술품 경매회사와 갤러리들이 나와아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위 10대 블루칩 작가 위주로 돌아가는 한국미술시장의 폐쇄적 구조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미술시장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화랑이나 옥션 거래의 70% 이상이 블루칩작가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게다가 몇몇 갤러리와 옥션사들이 이들을 독점하고 있다. 그들만의 잔치만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그는 이런 상황이 결국 미술시장을 고사시키고 있다고 진단한다.

“시장은 여러 층이 서로를 떠받치며 돌아가야 활력이 넘치고 건강하게 성장하게 마련이다. 새로운 작가들을 미술시장에 투입하는 치밀한 작업이 갤러리나 옥션에서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는 이를 위해 유의미한 작가가격지수가 나오도록 작가를 관리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뻔한 얘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길밖에 없다는 점을 미술계 인사들은 다시금 되뇌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가 클럽다빈치를 운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룹을 여러 개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작가들의 유의미한 가격지수도 산출되리라 본다. 그리고 그룹과 그룹, 또는 그룹 내 거래를 위해 살롱도 만들 생각이다.”

그는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상당한 지수가 쌓이면 옥션에 작가들을 진입시킬 작정이다.

“갤러리나 옥션들도 비슷한 과정을 통해 새로운 피를 수혈해야 한다. 미술시장의 물건들이 풍요로워야 새로운 컬렉터들의 미술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그는 최근 들어 직접 작가 비평문도 쓰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절심함을 느껴서다.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어떤 대상을 왜 그렸는지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어떤 시각과 생각으로 그렸는지 밝힐 수 있어야 한다. 비평가의 역할은 작가노트에 어울리는 옷을 입혀주는 것이다. 하지만 비평가 취향의 옷을 작가에게 일방적으로 입히는 것이 비평계의 현실이다.” 그는 많은 유명 작가들에게도 서슴없이 비평의 칼을 들이대고 있다. 기득권의 허울을 까발리고 있는 것이다. 주례사에 익숙했던 일부 작가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멀게 보면 우리 모두에게 좋은 약이 될 것이다.” 그는 스스로 이단아라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그를 주류로 떠밀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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