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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의상·뮤직비디오까지…K-팝, 표절 시비에 '멍'

입력 : 2015-01-21 20:02:44 수정 : 2015-01-21 21: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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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 명품브랜드 의상 표절 논란
나인뮤지스는 패션잡지 베껴 앨범 제작
가요계 경각심 없어…세계화에 걸림돌
현대의 음악은 귀로 듣는 것만이 아니다. 21세기를 강타한 댄스음악의 경우 귀로 즐기는 강렬한 쾌감과 함께 눈을 사로잡는 가수들의 패션과 스타일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인을 사로잡은 K-팝도 가수들의 강렬한 스타일을 주요한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K-팝의 시각적 매력 속에 ‘표절’의 그림자가 숨어있다. K-팝 가수들이 마케팅을 위해 활용하는 화보, 뮤직비디오, 영상물, 의상 등에서 툭 하면 표절 시비가 벌어지고 있는 것. 가수들과 해당 제작사들은 그때마다 ‘오마주(존경의 표시로 다른 작품의 주요 장면이나 대사를 인용하는 것)’라고 빠져나가고 있지만, 이는 전세계를 사로잡는 K-팝이 좀더 세계화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표절 논란이 벌어졌던 나인뮤지스 새 앨범 ‘드라마’의 티저 이미지.
스타제국 제공
◆가요계, 끊임없이 이어지는 ‘음악 외 표절’


최근 8인조 여성 걸그룹 ‘나인뮤지스’가 앨범 발매에 앞서 사전 공개한 앨범 재킷에 대해 표절 논란이 일었다. 한 패션잡지가 2012년 발간한 화보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일었던 것. 촬영 콘셉트 제작사 측은 “포토그래퍼와 사전에 협의한 것으로 패션지 화보를 오마주한 것”이라고 발뺌했지만 잡지사 측이 아무런 협의나 문의를 사전에 공지받지 못했다고 반박하자 “패션잡지의 화보와 표지를 참고했다”고 말을 바꿨다. 오마주가 아니라 사실상 표절임을 인정한 것.

지난해 말에는 걸그룹 소녀시대가 한 연말 가요시상식에서 입고 나온 무대 의상이 한 명품 브랜드 의상을 표절했다는 시비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도 제작사 측은 “명품 브랜드 의상을 오마주한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은 이뿐이 아니다. 화보, 뮤직비디오, 콘셉트 이미지 표절 관련 논란은 국내 가요계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중이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시스타의 ‘아이 스웨어’ 뮤직비디오와 티아라의 멤버 효민의 싱글곡 ‘나이스 바디’ 뮤직비디오가 표절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아이 스웨어’는 네덜란드 출신 DJ 티에스토의 ‘레드 라이트’ 뮤직비디오, 효민은 로빈 시크의 ‘블러드 라인스’와의 유사점이 지적됐지만 당시 두 소속사 모두 ‘오마주’한 것이라며 발뺌했고 논란은 슬며시 가라앉았다. 업계 전체에서도 이 같은 음악 외 표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당사자들이 합의를 보거나 논란이 사그러들기만을 기다릴 뿐인 일이 반복되고 있다.

해외 원작자와 갈등이 불거지는 경우도 있다. 올해 초 스웨덴의 한 아티스트가 대표적 한류그룹인 엑소의 티저 영상이 자신들의 영상물을 표절했다며 블로그를 통해 표절 의혹을 제기한 것. 결국, 제작사와 원작자 간에 사전 협의를 한 것으로 밝혀져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해외 이미지의 무분별한 사용의 위험성을 실감하기에 충분했다. 

연말 시상식 의상 표절 문제로 논란을 겪은 소녀시대(위)와 표절 논란이 인 한 명품 브랜드의 패션쇼 의상.
◆경각심 전무… K-팝 글로벌화 발목 잡을 수도


문제는 수많은 글로벌 K-팝 팬들이 이 같은 사진, 영상, 그래픽, 의상 등 시각적 요소들을 통해 K-팝을 접한다는 것.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11월 인터넷으로 진행한 ‘K-팝 미국시장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K-팝 팬의 81.5%가 유튜브를 통해 한국 음악을 소비했다. K-팝의 매력으로는 ‘퍼포먼스와 댄스’가 첫손에 꼽혔고, ‘패션과 스타일’ 등을 꼽는 팬들도 상당수였다. 이 때문에 이러한 음악 외적 표절이 공론화될 경우 K-팝의 위상을 떨어뜨리게 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국내 가요계가 이 같은 음악 외 표절에 대한 경각심이 전혀 없다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가수이다보니 음악에 대한 표절은 항상 민감한 사안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콘셉트, 이미지, 영상 등의 표절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둔감한 부분이 있다”면서 “이러한 표절에 대한 사회적 단죄가 없다 보니 대중음악계 전체에 불감증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고 평가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결국 이런 표절 작품이 국제적으로 퍼져나가면 해외에서 우리나라 뮤지션이 희화화되고 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최근 중국이 한국 문화상품을 무분별하게 표절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데, 표절이 계속된다면 우리 것을 지킬 수 있는 논리 자체가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하 평론가는 “인터넷 문화가 발전되기 전까지는 문제 없었을지 몰라도 이제는 하나하나 증거가 웹 속에 저장되는 시대”라면서 “K-팝 전체의 위상이 저해되기 전에 업계 전체가 대승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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