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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베의 홀로코스트 추모 위선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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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1-22 21:25:26 수정 : 2015-01-22 21: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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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9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있는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기념관을 방문해 허리 굽혀 헌화했다. 1970년 12월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폴란드 바르샤바 게토(유대인 격리지역) 희생자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은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당시 이 장면으로 얼음처럼 차가웠던 폴란드 국민의 마음을 녹였다. 이로써 독일은 잔인한 전쟁 가해국이 아니라 참회하는 새로운 문명국이라는 신호를 보낼 수 있었다.

아베는 이번 홀로코스트 방문을 통해 이러한 평화적 이미지를 노렸을 것이다. 가뜩이나 역사 수정주의로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종전 70주년을 기해서 새로운 변신을 기획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효과가 있는지는 궁금하다. 나치독일은 1939년 당시 만만한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그리고 일본은 한국, 중국은 물론 전 아시아를 자신들이 정복하고 제국의 깃발을 꽂으려 했다. 중국의 난징(南京)학살을 비롯해 한국 등지에서 수만명의 위안부를 강제동원하고 징용, 징병으로 수백만 선량한 시민에 갖은 만행을 저질렀다. 1945년 패망 후에도 진심어린 과거 사과 없이 다시 대국화, 군국화를 노리고 있다.

브란트의 마음속 깊은 진정성에 비해 아직도 아베는 과거 역사를 부정하고 왜곡하면서 아시아의 종주국은 자신들이라는 망상에 빠져 있다. 한국, 중국 등 주변국에는 진정성 어린 사과 한마디도 하지 않고 먼 중동의 이스라엘을 찾는 모습은 이를 대변하고 있다. 우리 하고는 얘기할 이유가 없다는 오만함이 서려 있다.

강승규 고려대 교수·국제정치학
현재는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언젠가 미국의 힘이 빠지면 군국주의, 제국주의의 속살을 들이댈 수도 있다. 과거를 부정하고 시시때때로 제국의 야욕을 감추지 못하는 일본에게 우리는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

평화헌법 개정에 강한 의욕을 보이는 아베 총리는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로 현재 연립여당(자민·공명) 차원에서 중의원은 개헌안 발의 요건인 ‘3분의 2 의석’을 확보했으나 참의원은 부족해 개헌에 동참할 야당 의원을 끌어들이기에 혈안이 돼 있다. 아베는 평화헌법의 제9조(전쟁의 포기, 군사력을 보유하지 않음)를 바꿔 군국주의의 꿈을 실현하려고 하고 있다. 보다 못한 한국 국회의원 142명이 이 평화헌법 제9조를 수호하려는 단체와 개인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기도 했다.

이렇듯 주변 국가가 다 알고 심지어 최근 미국 의회조사국까지 일본의 반역사성을 지적하는데도 아베는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나가고 있다. 아베는 전후 70년이 지나도록 과거를 반성하지 못하고 아직도 아시아는 자신의 손에 있는 것처럼 안하무인식으로 행동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홀로코스트 기념 방명록에 ‘인간성은 과거를 책임지는 것에서 싹튼다’라고 썼다. 메르켈 총리가 예루살렘의 홀로코스트 기념관에서 피해자들에게 진정으로 사죄할 때 아베 총리는 도쿄의 야스쿠니신사에서 1급 전범들의 위패에 고개를 숙였다. 과거를 진정으로 책임지는 지도자의 자세가 아쉽다.

강승규 고려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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