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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아픈가… 가정이 ‘웃음’ 되찾아야

입력 : 2015-01-23 19:52:12 수정 : 2015-01-23 19: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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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정신적 어려움 뒤엔 뿌리깊은 가정문제 숨어있어
서로 마음 열고 관심 기울이는 가족치료 통한 처방전 제시
박태영 지음/방귀희 엮음/연인M&B/1만5000원
가정이 웃어야 나라가 웃는다/박태영 지음/방귀희 엮음/연인M&B/1만5000원


30대 중반 A씨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조현병(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았다. 환청, 자해행위, 대인기피증 등에 시달리고 있다. A씨의 여동생은 부모의 불화가 오빠의 병을 키웠다고 말한다. 그러나 A씨의 아버지는 왠지 억울하다. 17살 때부터 일해 자수성가한 그는 성실하고 가족에게 늘 헌신해왔다. 술, 담배는 전혀 안 하는 데다 외도와도 거리가 멀다. 아내와 말다툼이 잦고 여러 불만도 있지만 이 정도야 누구나 겪는 문제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전문가가 들여다본 A씨 가정에는 서로 상처를 주는 문제들이 쌓여 있었다.

어린 생명을 학대한 어린이집 교사, 후임을 집단으로 폭행·고문한 군인들, 돈이나 자기 안위를 우선시해 세월호 참사를 키운 가해자들까지 최근 우리 사회에는 ‘어떻게 인간이 저런…’ 하는 소리가 나오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사태의 원인을 찾아나선다. 재발 방지책 마련이 뒤따르지만 각종 문제가 근절되리라 여기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 책의 저자들은 “사회의 병은 가정에서 시작하고 가족의 아픔은 사회를 불안하게 만든다”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가정이 건강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복지학부 교수이자 한국가족치료학회 이사인 저자는 20여년간 가족치료를 한 경험을 풀어놓는다. 그는 심리적·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개인의 뒤에는 가정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고 본다. 가족치료는 조부모, 부모, 자녀에게로 이어지는 가정 문제의 뿌리를 짚어나가며 가족 한명 한명을 바꾸는 작업이다. 책에는 그간 접한 다양한 사례를 담았다. 틱 장애를 앓는 아이, 쇼핑중독에 빠진 자녀, 극과 극의 성격을 보이는 남편, 며느리의 학벌을 차별하는 시부모 등을 통해 병든 가정을 들여다본다.

A씨의 경우 부모의 불화를 보며 힘들어했다. A씨가 나아지려면 부모가 변해야 했다. 이들 부모는 한번 다투면 타협이 불가능했다. A씨의 아버지는 죄인을 다루듯 야단치며 말하고, 불만을 쌓아두었다가 전혀 다른 상황에서 생트집 잡듯 표현했다. 과거 실수를 자꾸 들추는 버릇도 있었다. 어머니는 남편을 무시하고 항상 되받아쳤다. 또 불만을 참았다가 비이성적으로 폭발시켰다. 저자는 이들이 서로의 말에 귀를 여는 법을 배우도록 했다.

가정은 개인의 인격 형성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조부모에서 부모, 자녀로 이어지는 관계가 원만하고 화목해야 개인과 사회가 건강해진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가족치료에는 여러 이론이 적용된다. ‘대상관계이론’에 따르면 자녀가 문제를 보이는 데는 부모가 자신의 부모와 풀지 못한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가족체계이론’에서는 자아 분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서적 애착 문제가 나타난다고 본다. 어머니와 분화되지 못한 아들과 결혼한 여성이 고부 갈등을 겪는 것이 대표적이다. ‘애착이론’은 태아·영아기 때 엄마의 상태가 자녀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배 속 아기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면 편안해하는 실험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저자 역시 20대 아들에게 정신적 문제가 나타나는 일을 겪었다. 아내가 임신 때 소염제를 잘못 복용해 낙태 제안을 받고, 일하느라 아기를 외할머니 손에 맡긴 것이 원인이었다.

책은 여러 사례를 통해 가족에게 말하는 방식, 관계 맺는 방식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당연한 듯 옆에 있고 가장 편안하게 여겨지는 가족이야말로 서로 배려하고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하는 소중한 이들임을 일깨운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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