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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법 개정 전 ‘13월의 월급’이라며 모두가 연말정산을 기다릴 때도 내겐 ‘13월의 세금’이었다. 매년 연말정산을 하고 나면 꽤 많은 금액의 세금을 토해냈기 때문이다. 재작년엔 추가로 낸 돈이 80여만원에 달했고, 지난해엔 60여만원이었다. 3∼6개월 동안 분납하긴 했지만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2년 연속 편집국 내에서 가장 많은 돈을 세금으로 추가 납부한 명예로운(?) 타이틀을 얻었다. ‘제때, 알맞게 세금도 못 거두고 뒤늦게 더 내라고 하냐’는 반감이 들었고, 왜 이렇게 많은 세금을 더 내야 하는지 꼼꼼히 따져보려고 했지만 계산식이 복잡해 중도에 포기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연말정산은 달갑지 않은 연례 손님이었다. 지난해 연말정산 뒤 어떻게 하면 절세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뭔가 달라져야겠다고 마음먹고 아동복지단체에 매월 3만원씩 기부금을 냈다. 일년이면 36만원이다.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연말정산 혜택을 받아 일석이조라 생각했다. 연말정산 시 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연금저축에도 가입했다. 소액결제에도 체크카드를 사용하고 현금영수증을 열심히 챙기며 한해를 보냈다.

이진경 국제부 기자
그러다 지난해 말 연말정산 방식이 달라져 논란이 일었다. 그동안 세법 개정으로 연말정산 방식이 바뀔 것이란 이야기는 들은 듯한데 자세한 내용은 몰랐다. 살펴보니 일부 항목은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뀌었고, 이런저런 공제 항목들이 더해지거나 빠졌다. 많이 떼고 많이 돌려주는 방식에서 덜 걷고 덜 돌려주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그런데 환급받던 이들 중 많은 수가 받을 돈이 줄거나, 오히려 납부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직장인들의 세금 부담은 더 피부에 와닿았다. ‘유리지갑’을 넘어 ‘호구’가 아니냐는 성토가 이어졌다. 여론이 들끓었고, 정부와 정치권은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았다. 그래도 논란은 여전하다.

아직 연말정산을 하지 않았지만, 대충 계산해보니 올해도 추가 납부는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기혼자지만 서류에 올릴 부양가족이 없어 사실상 ‘싱글’이나 다름없기에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대책으로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만 기부금 납부 등 지난해 절세 노력은 일부 반영된 듯하다.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억울하게 세금을 뺏기는, ‘세금 호구’가 된 기분을 주기에 충분하다. 시간이 많았음에도 어떻게 바뀌었고, 왜 바꿔야 했는지, 그리고 근로자들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다. 국민은 세금이 올랐다고 아우성치는데 정부는 ‘증세는 아니다’는 변명을 늘어놓는다. 먼저 투명하게 사실을 공개하고 설득했더라면 적어도 세금에 대한 거부감과 저항은 훨씬 줄었을 것이다.

국민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무엇보다 스스로 똑똑하게 세테크 작전을 세우고 대비해야 ‘세금폭탄’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공부만이 ‘호구’가 되지 않는 길이다.

이진경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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