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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쓴소리, 옳은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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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1-25 22:39:12 수정 : 2015-01-25 22: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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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웃음이 나온다. ‘쓴소리’ ‘옳은 소리’ ‘직언’이 비장한 출사표의 첫 줄을 장식하고 있는 것이 새삼스럽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총리 지명 직후 “대통령께 쓴소리와 직언을 하는 총리가 되겠다”고 했다.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며 “쓴소리보다 더 강한 것이 바로 옳은 소리로서 국민과 나라를 위한 옳은 소리를 내겠다”고 했다. 원내대표 경선 출사표를 던질 유승민 의원을 의식한 것 같다. 유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원조 친박 출신이지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아 친박그룹과 멀어진 ‘쓴박’이다.

두 이씨는 맹자가 일컬은, 군주가 천하를 도모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불소지신’(不召之臣)을 자처했나 보다. 임금도 함부로 오라 가라 부를 수 없는 불소지신은 왕에게 과감하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신하를 말한다.

7선의 조순형 전 의원은 ‘미스터 쓴소리’로 불렸다. 정파·계파를 넘어 늘 입바른 소리로 잘잘못을 따졌다. 법조인 출신도 아니면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우수 의원 타이틀을 거의 놓치지 않았다. 별다른 일정이 없으면 국회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해결하는 ‘최우수 도서관 이용 의원’이었다. 저녁은 집에서 먹고 술과 담배, 골프를 하지 않았다. 후원금 모금 실적은 항상 밑바닥이었다. 조 전 의원 스스로 “나같이 융통성 없는 사람이 7선을 한 게 기적”이라고 자평할 정도였다. 이번에 신설되는 청와대 정무특보 후보 명단에 조 전 의원도 올라 있는 모양이다.

요즘은 쓴소리가 귀해졌다. 그야말로 ‘침묵이 금’인 시절이다. 반드시 말해야 할 때 입을 다물고 있는 것도 잘못이고 침묵하고 있어야 할 때 말하는 것도 잘못이다. 문제는 입보다 귀에 있다. 아무리 쓴소리, 옳은 소리를 늘어놓아도 귀가 닫혀 있으면 잔소리가 된다. 중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정치를 펼쳤다는 당 태종 이세민은 신하의 입을 열게 하고 자신의 귀도 열었다. “나무는 먹줄을 따라 자르면 바르게 되고 왕은 간언에 따르면 성군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입은 하나고 귀는 둘이다. 말하기보다 듣는 것을 두 배로 하라는 얘기다. 탈무드에도 이런 가르침은 수두룩하다. 입보다 귀를 상석에 앉혀라. 인간이 세 치 혀로 망한 적은 있어도 귀로 망한 적은 없다….

김기홍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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