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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직왕신폐(直枉新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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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1-26 20:42:48 수정 : 2015-01-26 20: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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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은 왜 가족과 친·인척 그리고 측근 비리에 속수무책이었을까. 여러 이유 중 주된 원인은 사정 업무의 핵심 자리를 부적임자(不適任者)에게 맡긴 탓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대통령들은 혈연·지연·학연 등으로 가까운 사람을 사정 책임자로 임명했다. 그래야 믿을 수 있고 대통령에게 바른 보고를 하며 기밀도 새나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사정 책임자들이 권력자의 방탄복 구실을 하고 그 자리를 이용해 권력층과 친분을 쌓아 출세의 징검다리로 삼으려 들곤 했다. 이런 연유로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 촉발 및 정권의 위기로 이어졌던 역사를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 이 같은 권력의 속성을 중국 전국시대 ‘한비자’는 이미 오래전에 경고하고 나섰다.

“왕비나 내시같이 가까운 사람은 군주의 정신을 흐려놓고(同牀側近亂君魂), 부모자식이나 권력을 쥔 신하들은 주군의 은혜를 훼손하니(父子權臣犯主恩), 안팎을 잘 관찰해 사사로이 청탁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察內觀旁關請謁).”

최근 청와대·내각의 인사 개편안이 발표됐다. 국정 효율성을 높이고 국민이 체감하는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라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개편 내용을 뜯어보면 국민은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 정윤회 문건 파문 이후 여론이 요구한 변화는 대통령비서실의 전면적인 쇄신 개편이었다. 그러나 여론은 수렴되지 않았다. 국무총리가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전격 교체된 것도 청와대 인적쇄신이 기대 이하라는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추후 인사에서 민심을 새롭게 돌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00% 대한민국’을 위한 대탕평인사 등에 힘쓰길 바란다. 그래야 국민의 허전한 가슴을 채워줄 수 있다. ‘노자’는 ‘굽은 것을 곧게 펴고 묵은 것을 새롭게 해야 한다(直枉新敝)’며 “웅덩이를 메우고 굽은 것 펴줌은 천도를 따르고, 묵은 것을 새롭게 함은 생명의 이치를 따라야 한다(平窪直枉歸天紀 毁舊生新從命理)”고 권면했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直枉新敝:‘굽은 것을 곧게 펴고 묵은 것을 새롭게 한다’는 뜻.

直 곧을 직, 枉 굽을 왕, 新 새 신, 敝해질 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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