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2시간 채운 오페라의 성찬 역시 '바이로이트의 영웅'

입력 : 2015-01-26 19:58:40 수정 : 2015-01-26 19:58:4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 독창회 공연 제목대로 ‘바이로이트의 영웅’다운 무대였다. 23일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44·본명 윤태현)의 독창회는 시작부터 달랐다. 공연자는 보통 환영의 의미로 박수를 받으며 입장한다. 이날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사무엘 윤이 등장하자 박수 소리와 함께 환호성이 일었다. 애정과 반가움, 격려의 환호였다. 영웅은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2시간 남짓한 공연은 여러 편의 오페라를 한 자리에서 감상한 듯 풍성하고 옹골찼다.

사무엘 윤이 2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창하고 있다.
1부는 바그너 오페라의 성찬이었다. 첫 곡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어’는 목이 덜 풀린 듯 가볍게 시작했다. 이어 ‘발퀴레’를 거쳐 2012년 그를 바이로이트 축제의 주역으로 만든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에 이르면서 관객을 압도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가 방황하는 선장이 돼 “세상이여 끝장나라. 영원한 파멸이여, 나를 데려가라”고 절규하는 순간, 연출과 무대장치가 전혀 없음에도 바그너 오페라 한 편을 보고 있는 듯했다. 그의 흡입력과 감정 표현이 무대를 장악했다.

1부에서 격조 있고 아름다운 음색으로 바그너 바리톤의 영웅적인 면모를 보인 그는 2부에서 딴판으로 변신했다. 베를리오즈부터 구노, 로시니, 도니제티, 베르디까지 폭넓은 표현력을 한껏 펼쳐보였다. 구노의 ‘파우스트’에서는 메피스토텔레스로 분해 세상 누구든 꾀어낼 수 있을 듯한 악마를 노래했다. 로시니 ‘세빌리아의 이발사’에서는 험담이 소근소근 퍼지는 모습을 표현하려 눈짓, 손짓을 동원했다.마지막 곡인 베르디의 ‘아틸라’가 끝나자 여기저기서 들리는 ‘브라보’ 속에 오래오래 박수 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무대를 더욱 다채롭게 만든 주역은 사무엘 윤과 함께 초청된 소프라노 서선영(스위스 바젤 오페라), 테너 조정기(독일 쾰른 오페라)였다. 청아한 음색의 조정기가 도니제티 ‘사랑의 묘약’ 중 ‘남몰래 흘리는 눈물’을 부르자 애절한 공기가 객석을 휘감았다. 연주를 맡은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바그너부터 베를리오즈, 구노까지 방대한 레퍼토리를 무리 없이 소화했다.

송은아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