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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오빠, 이제 라면 그만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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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1-28 02:58:00 수정 : 2015-02-10 14:3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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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음식' 라면의 불편한 진실

#1. 한 메이저 홍보대행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김모(33)씨는 최근 머리카락이 수북하게 빠지는 탈모증상과 갑작스런 어지러움이 느껴지는 현기증이 심해져 회사 근처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는 의외였다. 바로 ‘영양실조’였기 때문. 김씨가 기자·광고주 미팅 등 일에 치여 라면으로 끼니로 때울 때가 많았던 것이 주원인이었다. 그는 “현재 혼자 살고 있어 일이 바쁠 때는 밥을 제대로 챙겨 먹을 수 없고, 라면이나 김밥 등으로 끼니를 때울 때가 많았다”며 “정말 영양실조까지 올 줄은 몰랐고 부모님께서 이 사실을 듣고 충격에 빠지셨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2. 대학생 최모(22·여)씨는 얼마 전 한 식품회사에서 새롭게 출시한 A라면을 끓여 먹었다. 하지만 라면을 먹고 난 뒤 너무 목이 말랐다. 최씨는 “아마도 라면 국물까지 다 마셔서 그런 거 같다”며 “몸에 결코 좋지 않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라면을 끊을 순 없다”고 밝혔다.

1000~2000원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고, 조리가 간편해 ‘국민 음식’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라면. 하지만 끼니를 때우기 위한 잦은 라면 섭취는 과도한 나트륨 등 영양 불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 수프의 나트륨, 고혈압·신장병 등 성인병의 주범

실제 지난해 2월에는 지체장애를 앓던 50대 남성이 영양실조로 숨진 채 발견됐다. 영세민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이 남성의 집에는 먹고 버린 컵라면 쓰레기 등이 다수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전문가들은 라면 수프에 다량으로 함유된 나트륨이 고혈압 및 신장병·뇌졸중 등 각종 성인병의 주요 원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식품업계 연구원은 “라면은 면을 튀기는 과정 중 지방 함량이 약 20%로 증가돼 총 에너지는 400~500cal를 낸다”며 “소금은 수프에 30%정도 들어 있어 늦은 시각 야식으로 라면을 먹으면 과량의 에너지 섭취로 비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야식으로 라면을 먹은 뒤) 아침에 일어나면 소금 등에 의해 얼굴과 몸이 다소 붓는 경우가 많은데, 라면의 영양가는 밀가루의 탄수화물과 튀김에 사용된 지방이 대부분이라 그렇다”면서 “이는 다소의 맛을 내는 성분뿐이어서 건강 유지 측면에서는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라면 한 봉지에는 하루 권장량의 90%에 가까운 과한 나트륨과 50% 이상의 포화지방을 함유하고 있다. 반면 단백질은 약 15%, 비타민과 무기질은 거의 섭취하기가 어려워 상당히 불균형한 영양 섭취를 하게 된다.

◆ 라면의 짠맛, 판매량 비례할까?

업계 한 관계자는 “특히 짜고 매운 맛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의 입맛 때문에 결국 자극적인 맛의 라면 출시로 이어지고 있다”며 “’라면의 짠맛과 판매량은 비례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고, 소비자들 역시 나트륨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이어 “맛은 거의 유지하면서 나트륨을 줄일 수 있는 ‘MSG(L-글루타민산나트륨)’가 있지만,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도 국민 정서상 사용하기 어렵다”며 “1000원 안팎인 라면에 맛과 가격, 균형적인 영양까지 생각하는 것은 사실 좀 무리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013년 세계인스턴트라면협회가 한국을 비롯 미국과 일본 등 15개 국가를 대상으로 인구 한 명당 1년 라면 소비량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한 명당 74.1개의 라면을 소비한 것으로 나타나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인의 ‘라면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자극적인 맛 내려면 '마법의 가루' 넣을 수 밖에…

이와 함께 겨울에 즐겨 먹는 따끈한 국물 면 요리에 나트륨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소비자연대는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해 서울지역 50개 음식점에서 파는 우동과 짬뽕·해물칼국수의 나트륨 함량을 조사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3개 메뉴의 1인분당 평균 나트륨 함량은 각각 2298.7㎎, 3780.7㎎, 2671.1㎎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나트륨 1일 권장 섭취량인 2000㎎을 모두 초과했다. 특히 짬뽕은 한 그릇만 먹어도 나트륨 1일 권장섭취량의 약 1.8배를 섭취해 나트륨을 과다 섭취할 우려가 있다. 조사한 짬뽕 가운데 나트륨이 가장 많이 든 짬뽕은 1인분에 5769.9㎎나 들어 있어 1일 권장 섭취량의 2.9배에 달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중화요리전문점 등 음식점에서 강한 맛을 내기 위해 소금을 많이 넣는 경향이 여전히 강한 만큼 국물은 조금만 마셔야 한다”고 조언했다.

◆ "쫄깃한 면발일수록 소금 더 많이 들어간다"

반면 칼륨은 체내에서 나트륨과 상호작용을 해 나트륨의 배설을 도와주는 영양소로 WHO는 100㎎이상 섭취토록 권고하고 있다. 나트륨과 칼륨의 섭취 비율을 1대 1에 가깝게 유지하는 것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조사 대상 메뉴의 나트륨과 칼륨 비율은 ▲우동 8.8대 1 ▲해물칼국수 4.8대 1 ▲짬뽕 4.3대 1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나트륨은 근육이 잘 움직이게 하고 신경자극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무기질이지만, 과다 섭취할 경우 고혈압이나 심장병·위염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국수를 제조할 때 소금이 들어가는데 쫄깃한 면발일수록 소금이 더 많이 들어가는 경향이 있으며, 국물에 나트륨이 녹아 나오면 나트륨 함량이 더 높아진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면 요리에는 기본적으로 밥보다 소금이 많이 들어간다”며 “국수를 먹을 때 칼륨이 많이 든 채소 등 다른 재료를 충분히 같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한 식품영양학 전문가는 “라면을 끼니로 때울 경우 살코기나 계란·콩과 같은 필수 단백질과 비타민과 무기질 등이 풍부한 야채를 함께 섭취해야 한다”며 “나트륨 배출을 도와주는 칼륨 함량이 높은 배추·시금치·토마토·바나나와 같은 채소나 과일도 좋다”고 조언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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