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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가고시로 아동학대 근절한다는 탁상행정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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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1-27 21:22:14 수정 : 2015-01-27 21: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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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보조교사를 유치원 수준으로 확대하되 정부가 비용 전액을 부담하는 방안이 추진된다고 한다.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어제 당정협의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이렇다. 당정은 또 보육교사 자격증을 주는 국가시험을 실시하고, 장기적으로는 대학 관련학과를 나와야 보육교사를 할 수 있는 ‘보육교사 학과제’도 추진하기로 했다. 교사 수를 늘리고, 국가고시를 시행하면 아동 학대를 막을 수 있는 것으로 본다는 뜻이다. 탁상행정 발상이 놀랍다고 촌평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새누리당의 대책은 기존·신규 아이디어를 모아 놓은 종합세트에 가깝다. 당연히 폐쇄회로(CC)TV 문제도 끼어 있다. CCTV 설치를 어린이집 인가 요건으로 하고, 기존 시설은 이른 시일 내 설치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아동 학대에 대한 내·외부자 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포상금을 현행 최대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높이고 신고불이행 과태료도 올린다고 한다. 여기에 국가시험 시행, 보조교사 확대 복안까지 첨가한 종합세트다.

당정의 대책이 시행된다면 계도 효과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함량 미달의 어린이집이나 보육교사가 사회적 징벌을 두려워하지 않고 아동 학대를 일삼기는 어려워질 수 있다. 하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당정 대책은 어린이집 문제가 주로 교사의 부족한 자질에서 비롯된다는 가정을 기반으로 하는 감이 짙다. 오판이다. 예산과 시설 부족과 같은 구조적 요인이 엄존하는데도, 교사만 탓해 어쩌자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당정의 해법 중 하나는 국가시험이다. 우수 교사를 선발할 새 ‘국가고시’ 계획인 셈이다. 시험 점수를 잘 받은 교사는 사고를 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린 발상이다. 근거가 박약하다. 되돌아볼 것이 있다. 최근 사회적 물의를 빚은 어린이집은 기존의 평가인증체제에서 매우 우수한 시설로 분류됐다. 100점 만점에 95.96점을 받지 않았는가. 새 국가고시를 세심하게 시행해도 평가인증제도의 변형판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힘들다.

아동 학대 대책은 당정만 쏟아내는 게 아니다. 경찰은 어제 아동학대특례법, 범죄신고자 보호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집중 신고기간을 정해 아동 학대 관련 신고를 접수하겠다고 했다. 하나같이 문제의 근원을 들여다보지 않고 변죽만 울리니 딱하기 짝이 없다. 아동 학대 문제는 복지 포퓰리즘 경쟁과 무리한 무상복지 확대에 뿌리를 두고 있다. 포장만 그럴싸한 미봉책으론 아무것도 바로잡을 수 없다. 시급한 것은 무상보육의 틀을 바꿔 복지재원을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일이다. 그래야 아동 학대를 뿌리 뽑을 길이 열린다. 어찌해야 ‘복지 과속’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원점에서 고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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