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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장애인 동생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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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1-27 21:19:22 수정 : 2015-01-27 21: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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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소원은 아들보다 하루 더 사는 것이다.” 그룹 ‘부활’의 리더 김태원씨가 4년 전 방송에서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사실을 고백하면서 한 말이다. 그는 “나는 지금도 내 아이와 대화하는 걸 꿈꾼다. 아들이 11살이지만 한 번도 말을 나눈 적이 없다.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장애인의 불행은 본인만의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발달장애인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이들은 성인이 돼도 자립하기 힘들어 부모가 늘 붙어 있어야 한다. 이들을 바라보는 주위 시선은 따갑다. 학교에 가면 왕따당하기 일쑤다. 부모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가족을 지켜보는 형제자매 얼굴에도 그늘이 드리운다. 평생 짊어져야 할 멍에가 너무 무거웠기 때문일까,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지난해 3월 광주에서는 다섯 살짜리 발달장애아를 둔 일가족 3명이 동반 자살했다.

가슴 아픈 일이 또 일어났다. 엊그제 대구에서 홀로 지적장애인 언니를 돌보던 20대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이 여성은 “할 만큼 했는데 지쳤다. 혼자 남은 언니를 좋은 보호시설에 보내달라”는 아픈 유서를 남겼다. 장애인 가족을 돌보는 현실이 얼마나 고달픈지 다시 한번 보여주는 안타까운 사연이다.

자폐성 장애인과 지적장애인을 합한 우리나라 발달장애인은 20만명에 이른다. 전체 장애인의 8%에 육박하는 수치다. 중증장애인의 20.3%, 전체 장애아동의 62%가 발달장애인이다. 이들의 가족까지 포함하면 70만명가량이 고통을 겪는 셈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복지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다. 복지시설은 태부족하고, 발달장애인 취업률은 10%대에 불과하다. 성폭력, 경제적 착취와 같은 인권침해 사례도 끊이지 않는다.

미국은 1963년 ‘발달장애지원 및 권리장전법’을 만들어 발달장애인의 사회 생활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은 2004년 발달장애인지원법을 제정해 지자체에 반드시 지원센터를 설립하도록 했다. 우리나라도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오는 1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위 시행령을 만들기 위한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홀로 이 세상을 살아가지 못할 언니를 두고 떠난 동생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 그런 한이 이 땅에 넘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원재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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