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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클린 인터넷!] 10시간 넘게 컴퓨터만…가상세계 속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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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1-29 19:40:21 수정 : 2015-01-29 22: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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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스마트폰 중독 치료 교육기관 ‘드림마을’
“무관심 속 방치된 아이들, 쉽게 자극적 가상세계에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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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시간도 넘게 컴퓨터만 했어요. 방학이면 아침에 눈을 떠서 밥도 컴퓨터 앞에서 먹고 잠들 때까지 계속 했죠. 컴퓨터 속에서는 마우스 한 번만 까딱하면 모든 게 다 이뤄졌는데 현실에서는 아무것도 뜻대로 되는 게 없더라고요.”

김우현(16·가명)군은 인터넷에 빠져 일주일 동안 학교에 가지 않았다. 부모는 컴퓨터 전원을 뽑고 스마트폰도 뺏어버렸다. 그러자 김군은 가출해 동네 PC방에서 이틀을 보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김군은 온라인 게임과 인터넷을 주로 했다. ‘극우 사이트’에 올라오는 글도 즐겨 읽었다. “저는 중독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그냥 남들보다 조금 많이 하는 정도라고 생각했죠.” 김군도 대부분의 인터넷중독(과몰입) 아이들처럼 자신을 이렇게 평가했다.

가상세계에 빠진 김군에게 현실은 재미없고 지루했다.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은 점점 시시해졌다. “게임에서처럼 멋지게 뭔가를 보여주거나 신기한 점이 없었다”고 말했다. “반 친구들이 모인 ‘단톡’(단체 카톡방)방에서 24시간 대화를 하지만 진짜 고민을 털어놓을 친구는 한 명도 없었다”며 고개를 숙이고 말하던 김군의 눈빛이 더욱 어두워졌다. 김군은 대화 내내 주눅 들어 보였다.

그러다 자신이 좋아했던 게임이나 인터넷 이야기가 나오면 눈빛이 반짝거렸다. “5명이 모여서 타워를 밀고 다른 캐릭터를 죽이면서 능력을 인정받을 때 쾌감이 짜릿하다”고 했다. 인터넷에 빠지기 전 김군의 꿈은 과학자였다. 학년이 바뀌면서 프로그래머, 성우 등 여느 아이들처럼 다양한 꿈을 키웠다. 그러나 지금은 꿈이 없다고 했다. 김군은 “머리 아프게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게 싫어요. 인터넷 속에서는 제가 하고 싶은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는데 현실은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아요”라고 고백했다.

지난 20일 오전 전북 무주의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 한 교실. 10명 남짓 모인 아이들은 저마다 ‘컴퓨터 역사’를 말하고 있었다. 최민우(14·가명)군은 5살 때 처음 게임을 시작했다. 옆자리에 있던 이성주(15·가명)군은 7살에 인터넷 게임을 접했다. 대부분 청소년들은 유치원도 가기 전부터 인터넷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1∼2시간씩 하던 것이 초등학교를 지나 중학교에 들어가면 10시간 가까이 늘었다. 사용시간을 그린 그래프는 5살 언저리에서 시작돼 10살을 넘어가면 대부분 급격히 치솟았다.

지난 20일 인터넷 과몰입 등을 치료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학생들이 전북 무주군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 운동장에서 수업시간에 만든 고무동력 비행기를 날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무주=조병욱 기자
장윤영 캠프운영부장은 “맞벌이를 하는 부모들이 많다 보니 아이들과 시간을 못 보내고 컴퓨터에 아이를 맡겨버린 결과”라며 “인터넷 속 세상은 신기하고 자극적인 게 많아 아이들의 현실 적응력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장 부장은 “인터넷 중독이 심해지면 이를 막는 부모에게 화를 내거나 과격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며 “상담을 해보면 아이들은 아주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떡볶이를 사먹거나 여행을 갔던 시절 외에 최근에는 행복했던 기억이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곳을 찾은 아이들이 공부를 못하거나 사고를 일으키는 문제아인 것도 아니다. 외국어고에 다니면서 공부를 잘 하지만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중독돼 이곳을 찾은 경우도 많다. 매 기수별로 성별을 나눠 합숙 캠프를 진행하는데 그 기간 컴퓨터나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TV도 볼 수 없다. 대신 아이들은 심리상담을 받고 현실세계에서도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체험활동 등을 한다. 전날 등산을 다녀온 정철수(14·가명)군은 “산을 오르다 미끄러지는 친구를 마우스가 아닌 내 몸으로 막아주다 긁힌 상처”라며 손에 난 상처를 자랑스레 보여줬다. 이날 오후에는 고무동력 비행기를 직접 만들어 운동장에서 날리기도 했다. 아이들은 “그동안 가상세계에서 최신형 전투기를 조종해 봤지만 이렇게 직접 만들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세일 상담사는 “드림마을은 병원이 아니라 아이들이 새로운 목표를 찾도록 도움을 주는 일종의 대안학교 같은 곳”이라며 “부모들은 아이가 이상하다고 생각해 데려오지만 알고 보면 오히려 꿈이 있고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아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곳의 교사를 포함한 직원들은 대부분 1∼5주간 캠프가 열릴 때면 아이들과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한다. 여성가족부에서 설립한 드림마을은 지난해 시범운영을 끝내고 올해 2주 과정의 1기 24명을 시작으로 총 13회에 걸쳐 약 300명을 받을 예정이다. 학기 중에는 대체활동으로 인정되며 생활기록부(나이스)에 별도로 기재되지 않는다. 참가비는 없고 기간에 따라 10만∼20만원 정도의 식비만 내면 된다.

무주=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본 기사는 지난 20일 전북 무주군 안성면 공진리의 폐교를 개조해 설립한 인터넷·스마트폰 중독 치료 대안교육기관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에서 취재한 내용이다. 본인의 동의를 얻어 2명의 학생을 상담교사가 동석한 상태로 1시간씩 심층 인터뷰했다. 또 지난해부터 73명의 학생을 지도했던 드림마을 관계자 5명을 통해 간접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해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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