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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삶 안녕하십니까] 행복한 나라를 가다 ① 덴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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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1-29 18:29:19 수정 : 2015-02-12 00:5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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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걱정없이 미래 설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덴마크는 2012년에 이어 2013년에도 유엔이 발표하는 ‘세계 행복지수 보고서’에서 조사대상 156개국 중 행복한 나라 1위를 차지했다. ‘가장 행복한 나라’ 덴마크의 행복 비결에는 교육 시스템이 한몫을 하고 있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밤낮으로 공부를 하며 또래 학우들과 경쟁하는 한국과는 달리 덴마크 학생들은 앞으로 자신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 신중하게 결정한다.

우리나라 초등·중학교를 합친 것과 같은 개념인 공립기초학교 9년 과정에서 학생들은 7학년이 될 때까지 점수와 등수를 매기는 시험을 치르지 않는다. 8학년부터는 시험을 치르지만 역시 점수만 매길 뿐 등수를 정하지 않는다. 덴마크인들은 어린 학생들에게 시험을 치게 하고 등수를 정하는 것이 상처를 남기게 된다고 믿는다.

공립기초학교 9년 과정을 마치면 학생들은 10학년이 되지만 고등학교는 11학년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1년 동안 ‘자기만의 시간’을 갖게 되는데 많은 학생들이 기숙학교인 ‘애프터스콜레(Efterskole)’에 진학한다. 또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학생들도 대학 전공을 정하고 진로를 결정하기에 앞서 1∼2년 동안 ‘폴케회어스콜레(Folkehøgskole)’에 등록해 시민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고, 자신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다.

◆고등학교 진학 전 자아를 찾고 사회를 배우는 ‘애프터스콜레(Efterskole)’


‘괴벤하운 이드렛스 애프터스콜레(Københavns Idræts Efterskole)’에 다니는 바바라 홀마르크(16)양은 학교 축구팀과 외부 클럽의 축구팀 골키퍼로 매일 3∼4시간 운동을 한다. 지난해 8월 입학한 바바라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집을 떠나 살게 됐다. 가족들은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런던으로 이사 갔다. 그는 부모님을 따라서 런던으로 가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지만 주변의 권유로 애프터스콜레에서 1년을 보낸 뒤 런던에 가기로 결심했다.

애프터스콜레에서는 성적을 매기는 시험이 없다. 하루에 4시간씩 운동이나 악기 연주 등 취미생활을 하고 덴마크어 수업과 영어수업 등 교양과목을 듣는 것이 전부다. 대신 학생들은 이곳에 머물면서 요리를 하고 청소 등 집안일도 하면서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거듭한다.

홀마르크양은 “처음으로 가족이 아닌 또래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살면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고 있다”며 “좋아하는 음악 장르부터 가치관까지 모든게 나와 다른 친구들을 보면서 내 정체성에 대해서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바바라 홀마르크양(왼쪽)이 지난 22일 하루 일과가 끝난 저녁시간 실내 체육관에서 또래 친구들과 함께 운동을 하고 있다.
코펜하겐=이재호 기자
켄 리에 안데르센 교장은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수준의 차이가 나지만 누구나 뛰어난 분야가 있기 때문에 그런 차이를 존중하는 법을 가르친다”며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학생들은 사회에 나가서도 훌륭한 시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덴마크 전국에 이러한 애프터스콜레가 250개 있다. 등록 학생은 3만여명에 달한다. 애프터스콜레 교육재단 비얀 룬다게르 옌센 최고경영자(CEO)는 “학생들이 이곳에서 자신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만큼 애프터스콜레 졸업자들은 다른 학생에 비해 학업에서 중도 탈락하는 비율이 훨씬 적다”고 설명했다.

전국 65개 폴케회어스콜레 중 하나인 ‘국제시민대학’의 다문화 의사소통 수업에 참가한 학생들이 지난 22일 교사의 설명을 듣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다.
헬싱외르=이재호 기자
◆진로를 고민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폴케회어스콜레(Folkehøgskole)’


헬싱외르에 위치한 ‘국제시민대학(IPC, International People’s College)’에서는 30개 국가 출신 80여명의 학생들이 성적과 경쟁에 억눌리지 않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꿈을 키우고 있다. 전국 65개 폴케회어스콜레(Folkehøgskole) 중 하나인 IPC는 고교 과정을 마친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기 전 1년 정도를 다니면서 교과목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수업을 듣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깨닫는 곳이다.

지난 22일 기자가 방문한 IPC의 한 교실에서는 ‘다문화 의사소통’ 수업에 참석한 학생들이 진지하게 교사의 설명을 듣고 급우들과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엘리야스 루벡 루엘뢰케(20)씨는 “이곳에 오기 전에는 외국인들과 교류할 기회가 거의 없어 깨닫지 못했던 사실들을 많이 깨닫고 안목이 넓어지는 것을 느낀다”며 “국제통상과 외교에 관심이 있어 IPC를 마친 뒤 국제관계학 쪽으로 전공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 학생도 만날 수 있었다. 국내 한 사립대학의 영문과 3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다녀온 뒤 IPC를 찾은 박순홍(25)씨는 “하고 싶은 공부나 일하고 싶은 분야 등을 깨닫지 못해서 부모님의 권유로 이곳에 오게 됐다”며 “한국에서는 대안학교라고 하면 선입견을 갖고 바라보지만 덴마크에서는 이곳에 오는 학생들을 부러워할 정도인데 이러한 인식의 변화가 한국에서도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IPC의 교사 카렌 슈미트씨는 “대학과 사회 진출을 앞둔 학생들이 IPC에서 자신의 진정한 희망을 깨닫고 진지하게 진로를 탐색할 뿐만 아니라 또래 학우들과 함께 살며 공존하는 법을 배운다”며 “현직 덴마크 국회의원 절반 이상이 폴케회어스콜레 출신일 정도로 훌륭한 인물을 많이 배출했기 때문에 대학 진학이 1∼2년 늦어진다고 해서 주변의 눈총을 받는 일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코펜하겐, 헬싱외르=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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