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당시 사람인줄 몰라" 진술
범행 발각 우려 부품 직접 구입
부모집에서 파손된 부위 고쳐
"가해자 변명 일관 배신감 느껴"
용서 손 내밀던 피해자父 분노
`크림빵 뺑소니` 사건의 용의자가 29일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
30일 청주 흥덕경찰서는 ‘크림빵 아빠’ 강모(29)씨를 치어 숨지게 하고 달아난 피의자 허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 차량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허씨가 사고 전날부터 회사 동료와 소주를 마신 뒤 자신의 윈스톰 차량을 몰고 귀가하다 사고를 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허씨는 경찰 조사에서 “당시 혼자 마신 술이 소주 4병 이상”이라며 “사람을 친 줄 몰랐다. 조형물이나 자루 같은 것인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허씨는 사고 나흘 뒤인 지난 14일께 인터넷 뉴스기사를 보고 비로소 자신이 사람을 치어 숨지게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경찰은 허씨의 이 같은 진술에 신빙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박세호 흥덕서장은 “허씨가 사고 현장에서 집이 있는 사직동으로 가기 위해 샛길을 이용했는데 그 길은 아는 사람 외에는 못 간다고 했다. 뒤에 추적해오는 차량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봐서는 과실로 사고를 냈는데 사람으로 인지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허씨는 범행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지난 24일쯤 친구와 함께 충남 천안의 한 정비업소에서 라디에이터 그릴, 안개등 커버, ‘번호판 다이(받침)’ 등 부품 3개를 산 뒤 충북 음성군의 부모 집에서 직접 고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점으로 미뤄 경찰은 허씨가 범행을 은폐하려다가 용의 차량이 윈스톰으로 특정되는 등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심리적 압박을 느껴 지난 29일 뒤늦게 자수를 결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크림빵 뺑소니 사건 피의자의 차량 앞면. |
경찰 브리핑을 통해 알려진 허씨의 사고 이후 행적이나 경찰 조사 과정의 진술을 접하면서 큰 배신감을 느꼈다고 한다. 강씨는 흥덕경찰서 브리핑이 끝난 뒤 사건 현장을 찾았다가 취재진을 만나 사고 순간 사람을 친 줄 몰랐다는 허씨의 진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1m77㎝의 거구(강씨를 지칭)가 빵 봉지를 들고 걸어가는데 치었다고 가정할 때 사람이라고 보겠습니까, 강아지로 보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진짜 잘못했다면 솔직했으면 좋겠다”고 허씨를 질타했다.
음주 뺑소니 사고로 인해 가난했지만 단란했던 강씨의 가정이 창졸간에 풍비박산 난 데 대해 누리꾼들은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강씨의 만삭의 아내는 불과 3개월 뒤 아빠 없는 아이를 출산해야 한다. 범인 허씨 가정도 한순간에 파탄지경을 맞았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그는 ‘국민적 공분’을 사는 영어의 몸이 됐다.
청주=김을지 기자 e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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