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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운전이 '크림빵 아빠' 가정 깼다

입력 : 2015-01-30 20:33:02 수정 : 2015-01-31 10:2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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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 용의자 "소주 4병 마시고 운전" 실토
"사고 당시 사람인줄 몰라" 진술
범행 발각 우려 부품 직접 구입
부모집에서 파손된 부위 고쳐
"가해자 변명 일관 배신감 느껴"
용서 손 내밀던 피해자父 분노
`크림빵 뺑소니` 사건의 용의자가 29일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자칫 미궁에 빠질 수 있었던 충북 청주의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망 사고가 댓글 하나로 실체를 드러냈다. 청주 차량등록사업소 직원이 뺑소니 차량이 찍힌 폐쇄회로(CC)TV를 갖고 있다고 인터넷에 올렸고 이를 경찰이 보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경찰은 범죄와 관련이 없는 BMW 승용차를 국과수에 의뢰하는 등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경찰에서 범인 허모(37)씨는 “소주 4명을 마시고 운전했다”고 실토해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금 불러일으키고 있다. 평범했던 두 가정을 파멸의 나락으로 떨어뜨린 화근은 음주운전이었다.

30일 청주 흥덕경찰서는 ‘크림빵 아빠’ 강모(29)씨를 치어 숨지게 하고 달아난 피의자 허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 차량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허씨가 사고 전날부터 회사 동료와 소주를 마신 뒤 자신의 윈스톰 차량을 몰고 귀가하다 사고를 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허씨는 경찰 조사에서 “당시 혼자 마신 술이 소주 4병 이상”이라며 “사람을 친 줄 몰랐다. 조형물이나 자루 같은 것인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허씨는 사고 나흘 뒤인 지난 14일께 인터넷 뉴스기사를 보고 비로소 자신이 사람을 치어 숨지게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경찰은 허씨의 이 같은 진술에 신빙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박세호 흥덕서장은 “허씨가 사고 현장에서 집이 있는 사직동으로 가기 위해 샛길을 이용했는데 그 길은 아는 사람 외에는 못 간다고 했다. 뒤에 추적해오는 차량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봐서는 과실로 사고를 냈는데 사람으로 인지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허씨는 범행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지난 24일쯤 친구와 함께 충남 천안의 한 정비업소에서 라디에이터 그릴, 안개등 커버, ‘번호판 다이(받침)’ 등 부품 3개를 산 뒤 충북 음성군의 부모 집에서 직접 고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점으로 미뤄 경찰은 허씨가 범행을 은폐하려다가 용의 차량이 윈스톰으로 특정되는 등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심리적 압박을 느껴 지난 29일 뒤늦게 자수를 결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크림빵 뺑소니 사건 피의자의 차량 앞면.
한편, 피해자 강씨의 아버지는 전날 뺑소니 범인을 용서해주겠다는 태도를 바꿔 불같이 화를 냈다고 30일 경찰이 밝혔다. 허씨가 자수한 29일 밤 그는 흥덕경찰서를 찾아가 취재진에 “잘 선택했다. 자수한 사람을 위로해주러 왔다”며 따뜻한 용서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하루 뒤인 30일 태도를 180도 바꿨다.

경찰 브리핑을 통해 알려진 허씨의 사고 이후 행적이나 경찰 조사 과정의 진술을 접하면서 큰 배신감을 느꼈다고 한다. 강씨는 흥덕경찰서 브리핑이 끝난 뒤 사건 현장을 찾았다가 취재진을 만나 사고 순간 사람을 친 줄 몰랐다는 허씨의 진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1m77㎝의 거구(강씨를 지칭)가 빵 봉지를 들고 걸어가는데 치었다고 가정할 때 사람이라고 보겠습니까, 강아지로 보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진짜 잘못했다면 솔직했으면 좋겠다”고 허씨를 질타했다.

음주 뺑소니 사고로 인해 가난했지만 단란했던 강씨의 가정이 창졸간에 풍비박산 난 데 대해 누리꾼들은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강씨의 만삭의 아내는 불과 3개월 뒤 아빠 없는 아이를 출산해야 한다. 범인 허씨 가정도 한순간에 파탄지경을 맞았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그는 ‘국민적 공분’을 사는 영어의 몸이 됐다.

청주=김을지 기자 e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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