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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회항 2차공판 전문' 조현아, 항공기 이동 알고 있었다?

입력 : 2015-01-30 21:23:13 수정 : 2015-01-30 21: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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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승무원 "회장님 가족 감히 거역하기 어려워"
조양호 회장 "조현아, 승무원 하기시킨 것 잘못"
조현아 "이 자리 빌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땅콩 회항' 사건 당시 기내서비스를 담당했던 여승무원이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해 "조현아(41) 전 부사장이 하기 지시를 내리면서 비행기가 이동중인 상황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30일 오후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오성우 부장판사) 심리로 조 대한항공 전 부사장, 대한항공 여객승원부 여모(57) 상무, 국토교통부 김모(53) 감독관 등 3명에 대한 2차 공판이 약 3시간30분간 진행됐다.

이날 공판에는 사건 당시 기내서비스를 했던 김모 승무원과 조 전 부사장의 아버지인 조양호(66) 한진그룹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다만 박창진(44) 사무장은 증인 출석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씨는 재판부의 신문에서 "조 전 부사장이 박 사무장 옆에 무릎 꿇고 있는 나를 일으켜 세우더니 밀면서 출입문까지 갔다. 이후 계속 저에게 비행기에서 내리라고 소리쳤다"고 말했다.

특히 "제가 창문을 통해 바깥 상황을 보니 비행기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며 "조 전 부사장 역시 제 뒤에 있는 창문을 통해 항공기가 움직이고 있었던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 중 하나는 조 전 부사장의 행위가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항로 변경죄에 해당하는지다.

항공보안법 42조에 따르면 위계나 위력으로 운항 중인 항공기 항로를 변경하게 해 정상 운항을 방해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이는 조 전 부사장에게 적용된 혐의 중 가장 중한 범죄에 속한다.

또 김씨는 "조 전 부사장이 화를 참지 못하고 갤리인포 파일철(메뉴얼)을 말아 수차례 벽을 치며 내리라고 했고, 파일철을 제 가슴에 집어던져 맞혔다"며 조 전 부사장의 폭행사실이 있었음을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5일 뉴욕 JFK발 인천행 대한항공 여객기(KE086)에서 김씨가 견과류를 봉지째 내왔다는 이유로 20여분간 소란을 일으켰다.

조 전 부사장의 행위에 대해 김씨는 "일반 승객이었다면 기내 난동으로 볼 수 있다. 먼저 경고장을 제시하고 기장에게 보고하는 등 여러 절차를 거친다"고 말했다.

1등석에서 약 4년간 기내서비스를 제공한 김씨는 "메뉴얼을 보게 되면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당시 여러 동료 승무원들에게 물어본 결과 나와 같은 방법으로 서비스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메뉴얼을 보여줘도 되느냐'는 조 전 부사장 측 변호인 질문에 김씨는 "보통 (메뉴얼을) 물어보는 승객이 없다"며 "조 전 부사장은 회장님 가족이다. 조 전 부사장의 파워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대한항공 직원들에게 크다. 감히 어찌 거역할 수 있었겠느냐"고 답했다.

김씨 대신 박 사무장이 비행기에서 내려지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어떤 연유에선지 박 사무장이 갤리인포 파일철을 가져왔다. 나중에 메뉴얼이 태블릿PC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조 전 부사장이 박 사무장을 내리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승무원은 검찰 측에서 현재 심정을 묻자 깊게 한숨을 내신 뒤 "저는 사실 회사에 복귀하느냐 안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지금 가장 원하는 것은 제 명예를 회복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승무원의 진술에 따르면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난 12월 중순께 김 승무원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조 전 부사장의 사과에 협조해준다면 교수직의 기회가 있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큰 이벤트로 조 전부사장의 공개 사과가 필요하다며 김 승무원 어머니에게 딸의 교수직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 승무원은 "저와 어머니는 진정성 없는 사과를 받을 생각이 없었다"며 "조 전 부사장을 피해 4일 동안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대한항공 측의 회유를 받아들이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김 승무원은 그 사이 박창진 사무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한항공 측의 교수직 회유와 관련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조언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박 사무장은 TV 방송에 나와 김 승무원이 대한항공 측에 교수직을 제안받고 위증을 했다고 인터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승무원은 "(박 사무장 인터뷰 이후) 제 사진 등 신상정보가 인터넷에 유포돼 저는 교수직을 제안받고 위증한 여자가 됐다"며 "저는 이제 회사 복귀는 커녕 무서워서 밖에도 나가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아울러 "제 이름 석자와 유니폼 입은 사진을 보고 끝까지 기억하겠다는 댓글들이 많아서 이제는 유니폼을 입을 수도 없을 것 같다. 사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박 사무장이 어떤 이유에서 방송을 통해 내가 교수직을 수락하고 위증했다고 말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섭섭하다"고 덧붙였다.

조 전 부사장은 '김씨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라'는 재판부의 제안에 작은 목소리로 고개를 숙인 채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증거인멸 혐의를 받고 있는 객실업무담당 여모 상무는 "승무원의 심정을 듣고 보니까 상사로서 굉장히 죄송하고 다시 한번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여 상무는 이어 "언론이 진정돼 원만히 수습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국토부 조사를 앞둔 김씨에게 조 전 부사장의 고성이나 폭행 등 얘기보다는 완화된 표현으로 하기를 지시했다고 말하는 게 어떻겠느냐) 부탁을 했다. 제가 협박을 하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앞세운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씨에 이어 두 번째 증인으로 출석한 조 회장은 박 사무장 등 임직원에 대한 보복 여부를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회장으로서 직원이 열심히 근무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만두게 암시를 준다든지, 휴가 불이익 여부, 집단 괴롭힘 등에 따른 대책을 묻는 질문에 조 회장은 "수시로 담당 임원들과 면담을 통해 (박 사무장 등이) 그런 괴로움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사무장에 대해서는 "오늘 아침 회사에 출근을 했으며, 규정에 따라 의사가 근무를 해도 좋다는 허가를 내려 근무하기로 했다"며 "박 사무장이 의사에게 고맙다는 말을 한 것으로 보면 안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언론에서 나온 회사 운영부분에 대해서는 "오해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보면서 회사 문화에 쇄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회항 사건에 대해 조 회장은 "임원(조현아 전 부사장)으로서 지적사항이 있으면 본사에 와서 전달했어야 함에도 감정 자제를 못하고 승무원을 하기시킨 것은 잘못했다"며 "(조 전 부사장을 만나) 감정을 자제 못하고 하기시킨 것에 대해 꾸짖고, 사과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 전 부사장에게) 회사에 나와서는 어디까지나 업무적으로 대했다"며 "이번 일로 상처 입은 승무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아울러 임직원들에게도 미안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심경을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은 약 20분 동안 이어진 아버지 조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 내내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한편 다음 공판은 다음달 2일 오후 2시30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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