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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민주화 투사서 지하디스트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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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2-01 20:55:37 수정 : 2015-02-02 01: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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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봄’ 희망이 절망으로… IS 택하는 무슬림 청년들
튀니지 퇴역 군인 타우픽 수시(63)는 지난해 6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아들 모하메드(27)가 시리아서 죽었다는 비보였다. 수화기 건너편 남성은 “당신의 아들은 이제 순교자다. 얼마나 자랑스러운가”라고 했다. 아들은 8개월 전 터키라며 전화했다. “이슬람국가(IS) 건설과 팔레스타인 해방, 바샤르 알아사드 제거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아버지 뒤를 이어 2년간 군인생활까지 했던 생때같은 자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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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극단주의를 양산한 ‘아랍의 봄’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에 동조하는 아랍권 청년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테러감시단체 국제급진주의연구소(ICSR) 통계를 인용해 1월 말까지 시리아로 향한 외국인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 2만여명 가운데 1만4000명 정도가 북아프리카·중동 출신이라고 전했다. 튀니지가 3000명으로 가장 많고, 사우디아라비아(2500명), 요르단(2089명), 모로코(1500명) 등이 뒤를 이었다.

IS를 포함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이집트 시나이반도에서 똬리를 튼 ‘안사르 바이트 알마크디스’ 연쇄폭탄테러로 40여명이 숨졌다. 앞서 리비아 ‘안사르 알샤리아’의 트리폴리 호텔 공격으로 10명이 희생됐다. 프랑스 풍자만평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를 벌인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는 예멘에 근거지를 두고 있다. 미국 민간 ‘릴리전 오브 피스’에 따르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지난달 31일까지 최근 한 달간 저지른 218건 테러로 3618명이 희생됐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 연말 테러 희생자는 4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약 4년 전만 해도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은 민주주의 열망으로 가득했다. 2010년 12월 튀니지를 시작으로 이집트, 리비아, 모로코, 시리아, 예멘 등서 반독재·민주화 시위가 들불처럼 번졌다. 초반엔 아랍에 봄이 오는 듯했다.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등 24∼42년 철권통치를 해온 독재자들이 줄줄이 축출됐다. 하지만 ‘아랍의 봄’은 미완에 그쳤다. 자국민을 향해 화학무기를 쏜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여전히 권좌에 앉아 있다. 이집트에선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에게 동조하는 군부 출신이 권력을 잡았다. 리비아와 예멘은 무장단체들 난립으로 사실상 무정부 상태다.

2011년 1월말(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 시민들이 호스니 무바라크 당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수니파 신정국가 건설 명분 내건 IS


옅어지는 희망과 깊어지는 절망의 틈새를 극단주의가 비집고 들어왔다. 모하메드의 행방을 수소문하던 튀니지의 아버지는 아들이 새 희망을 좇아갔음을 알게 됐다. 아들에게 IS를 연결해줬다는 지역 이맘(이슬람 성직자)은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과 인터뷰에서 “IS는 아랍 젊은이에게 약속의 땅”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도 부패 정권은 미국을 등에 업고 여전히 권력을 쥐고 있고 계속된 경제불황에 대학 졸업자도 취업하기 힘들다. 민주화 세대로서 혁명을 완수하겠다는 소명의식 또한 이들의 발길을 시리아로 돌리게 했다.

튀니스에 있는 지투나대 아흐메드 나이파르 교수(종교학)는 “요즘 IS의 선전선동은 1970년대 남미의 해방신학과 유사하다”고 단언했다. ‘아랍의 봄’ 이후 절망에 빠진 아랍 청년들은 IS를 일상화한 부패·야만·굴욕에 항거할 유일한 해방구로 여긴다는 것이다. 게다가 IS는 미제와 싸울 무기와 1000달러가 넘는 월급과 아내, 지역 치안을 책임지는 권한까지 보장한다. 테러를 통한 지하드(성전) 교리 설파에 집중한 알카에다와 달리 IS는 영국만 한 크기의 영토를 장악하고 500만명이 넘는 주민을 통치하는 실질적인 국가라는 점도 무슬림 청년들을 지하디스트로 변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영국 BBC방송은 지적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 지하드(성전)란 이슬람교를 전 세계에 전파하거나 움마(이슬람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벌이는 전쟁을 뜻한다. BBC월드 아랍어방송에 따르면 1970년대만 해도 ‘가까운 적’과의 싸움에 방점이 찍혔던 지하드는 1979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면서 ‘외부의 적’과의 투쟁으로 변모했다.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스승인 압둘라 아잠이 전 세계 무슬림에게 ‘무자헤딘(전사)으로서 소련에 맞서 싸우라’는 파트와(이슬람 칙령)를 선언한 게 세계를 대상으로 한 현대 지하드 운동의 시초로 알려져 있다.

빈 라덴은 스승의 글로벌 지하드 운동에다 살라피즘(이집트 이슬람 근본주의)을 결합했다. 1998년 이집트계 아이만 알자와히리와 함께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해 2001년 9·11테러 등을 벌였다. 아프간·이라크 침공 등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이 강화되자 알카에다 조직원들은 각자 출신지로 돌아가 알카에다 지부를 건설, 각종 테러를 벌였다.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 출신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는 지하드 양상을 기존 서방국 겨냥 테러에서 ‘수니파 신정국’ 건설로 전환한 인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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