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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무섭다.” 20대가 800만원을 길거리에서 뿌린 이유다. 5만원권 지폐 160장이 흩날렸다. 평생 고물 수집을 한 할아버지가 아픈 손자에게 쥐여준 돈이다. 눈물겨운 사연이 가슴을 적시자 사라진 돈들이 돌아왔다. 285만원이 모였다. 50대 남성이 신문사를 찾은 것은 엊그제였다. 봉투를 전달하고 “아무것도 묻지 마십시오”라고 했다. 봉투 속에는 5만원권 100장이 들어 있었다. 이런 메모와 함께였다. “돌아오지 못한 돈도 사정이 있겠지요. 그 돈으로 생각하고 사용해 주세요.” 지난 한 달간 대구에서 일어난 일이다. 돈에 모두가 미쳐서 돌아가는 세상 아닌가. 믿기 힘든 드라마가 눈앞에 펼쳐지니 세상은 한결 살맛이 난다.

로또복권 2등 당첨자가 당첨금 전액을 기부했다. 당첨금 5050만원 중 세금을 뺀 3939만원이다. 30대 여성 직장인이 주인공이다. 1월 중순 추위가 한창이던 때였다. 그는 “불우이웃에 써주세요”라고 했다. 지난해 로또 판매액은 10년 만에 다시 3조원을 넘었다. 평균 잡아 우리 국민 2명 중 1명이 복권을 산 셈이다. 팍팍한 일상과 무관하지 않다. 꿈을 산다지만, 혹시나 하고 뜬구름 잡으러 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수많은 실패의 밤을 지새운 사람들이다. 그렇게 어렵게 당첨된 만큼 기부 생각을 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행동에 옮긴 사람이 있으니 세상은 한결 따뜻하다.

지난해 11월20일부터 광화문광장에 세워졌던 사랑의 온도탑이 오늘 철거된다. 수은주는 캠페인 마지막 날인 엊그제 가까스로 100도를 돌파, 100.5도를 기록했다. 불황의 그림자는 이곳에도 덮쳤다. 기업 기부는 200억원 정도 줄었다. 대신 개인 기부금이 늘었다. 318억원이 증가했다고 한다. 시민의 힘은 곳곳에서 빛을 내고 있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자유인의 상징이다. 책에서 그는 “내가 돈의 노예가 아니라 돈이 내 노예인 것을 보여줘야 돼”라고 말한다. 방법이 뭔가. “번 돈의 반쯤은 떼어내어 아무렇게나 어디서나 마음 내키는 대로 써버리네”라고 조르바가 답한다. 대구 드라마를 만든 시민들, 로또 당첨금을 기부한 직장인, 사랑의 온도탑 온도를 높인 사람들은 모두 돈의 주인들이다. 그것도 선행을 위해 돈을 무서워하지 않고 썼으니 더욱 위대한 자유인들이다. 결코 돈의 노예가 아닌.

백영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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