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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상 속의 영원한 세계를 보여주고 싶다”

입력 : 2015-02-03 20:59:43 수정 : 2015-02-03 20:5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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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사진작가 파올로 벤츄라
마치 무성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한 장의 스틸화면을 연출하듯 인물의 의복과 분장이 정교하게 연출됐다. 미니어처로 제작된 소품과 배경이 된 그림들은 직접 작가가 만들고 그렸다. 이탈리아 사진작가 파올로 벤츄라(Paolo Ventura·47)의 사진작업은 그렇게 이뤄진다. 회화와 사진, 영상기법이 한데 어우러진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사진작업이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다. 그와 서면 인터뷰를 했다.


자신이 그린 배경 그림 앞에 서 있는 파올로 벤츄라. 그는 현실과 환상이 혼재된 듯한 구전된 이야기를 바탕으로 단편 소설을 쓰듯이 중요한 장면과 장면을 설정하여 시각화하는 작가다.
-부친이 유명한 동화작가로 알고 있다.비슷한 재능을 가진 쌍둥이 동생도 있다고 들었다. 이런 환경들이 작업의 소재나 주제에 영향을 줬나.


“나의 부친세대는 전쟁과 인종박해의 역사를 증언해 줄 수 있는 인물들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많은 이야기들을 듣고 자랐다. 특히 함께 살았던 할머니는 그 시대의 일화나 에피소드를 수없이 들려주셨다. 그렇게 2차대전 직후의 무거운 분위기는 자연스럽고 강력하게 스며들었다. 그 시대를 살지 않았던 나지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헤엄 칠 수 있게 해준 자산이 됐다.”

-작품을 보면 역사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의상이나 풍경 등은 고증을 통한 것인지, 아니면 상상력에 기반한 것인지 궁금하다.

“복장과 배경들은 나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어린 시절 들었던 많은 이야기들이 버무려졌을 것이다. 나는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다. 그것들은 나의 상상 속의 영원한 세계다.”

-작업 과정을 설명해 줄 수 있나.

“가장 먼저 작업에 대한 스케치를 한다. 그리고 중심되는 지점을 기점으로 수정작업에 들어간다. 스케치작업이 완료되면 작업을 시작한다, 필요하다면 그림을 그려 배경을 제작한다. 사진 촬영으로 작업은 마무리되게 된다.”

-작품 속에 당신의 아들도 등장하는데 흥미롭다. 어디에서 영감을 받았나.

“나의 아들 프리모는 언제든 참여가 가능하다. 나는 나를 비롯해 나의 가족만을 작품에 이용한다. 나의 아들, 나의 부인, 나의 쌍둥이 동생 등 나와 닮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사실상 나의 사진 안에는 항상 내가 들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당신의 작품은 풍경이나 인물, 정물을 다루는 일반적인 사진작품들과 많이 다르다. 당신이 당신의 작업을 정의한다면 무엇이라고 말하고 싶은가. 또는 어떻게 불리기를 바라는가. 새로운 장르로 불리길 원하는지 궁금하다.

“나는 나 스스로를 포토그래퍼로 본다. ‘아티스트’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는 나에게 긍정적인 가치가 없다. 나의 가족은 내가 실수로 유리잔을 깼을때 ‘아주 멋진 아티스트군!’이라며 놀리곤 한다.”

-작업에 등장하는 당신 말고, 실제 당신의 얼굴이 궁금하다. 실례가 안 된다면 나에게 평범한 일상의 당신 사진한 장을 보내주면 좋겠다. 그 사진을 내 기사에 싣고 싶다.

“나는 나의 이야기들 속에 존재하며, 당신은 그 속에서 나를 볼 수 있다.”

아들과 쌍둥이 동생을 등장시킨 작품. 관람객에게 은근히 스토리의 얼개를 유추해 보게 만들거나 상상을 통해 메워 나가도록 추동하고 있다.
패션 사진을 찍었던 파올로 벤츄라가 전업 사진작가로 들어선 것은 이제 10년 남짓이다. 그는 연극 감독인 양 모든 작품의 디오라마(Diorama·배경을 그린 막 앞에 여러 가지 물건을 배치하고 그것을 잘 조명하여 입체적으로 실감나게 하는 장치)를 직접 제작하여 최종 결과물인 사진작품을 탄생시킨다. 창조된 모든 공간의 실재는 그의 상상력의 결과다. 한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반복되는 상상, 스케치, 정교한 디오라마 제작, 다수의 폴라로이드 촬영을 통한 콤포지션 결정, 최종 촬영이라는 긴 여정을 거치게 된다. 사진들은 마치 우리에게 실재했던 순간의 기록처럼 다가온다.

“(예술적 표현방식으로써) 내가 사진을 선호하는 이유는 어떤 사진이 의도적으로 정교하게 조작 촬영되었을 개연성이 있음에도, 우리는 그 사진에서 보이는 대로 믿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마치 우리가 창작물인 영화를 보러가서 울고, 흥분하고, 감동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그들이사진으로 본 것을 믿고자 한다.”

그의 작품 속에는 전쟁터에서 재회한 쌍둥이 형제 이야기, 가방 속에 들어가는 묘기를 보여주다가 실제로 사라져버린 떠돌이 마술사 이야기 등 작가가 유년 시절에 이탈리아 지방 소도시에서 자라면서 들어왔던 옛날 이야기에서 주요 모티브를 빌려왔다. 4일∼3월6일 갤러리바튼에서도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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