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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칼럼] 핀테크 육성 핵심은 기술 아니라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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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2-08 21:25:14 수정 : 2015-02-09 09: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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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육성 핵심은 기술 아니라 제도
당국 ‘규제서 사후관리’ 전환 기대 커
금융과 정보기술(IT)이 결합하는 핀테크(Fin-Tech) 열풍이 거세다. 올해 들어 각종 핀테크 포럼이 이틀이 멀다 하고 개최되고 있다. 정부에서도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전향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다. 그렇다면 핀테크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가 된 것이 아닌가 한다.

세계경제포럼(WEF)에 의하면 한국의 금융 경쟁력은 전 세계 144개국 중 하위권인 80위로 나와 있다. 86위인 노동 시장과 더불어 국가 경쟁력 하락의 양대 축이 금융이다. 전 세계 핀테크 100대 기업에 인도, 중국은 있으나 한국은 없다. 그런데, 이제 모든 산업은 금융과 결합해 서비스 산업화하고 있다. 한국이 특단의 금융산업 강화대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국가 전체의 경쟁력이 불투명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핀테크는 미국과 영국이 기술 개발과 투자의 70% 이상을 주도하고 있다. 그런데, 세계 최대의 핀테크 산업 국가는 미국과 영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대표적인 핀테크 기업인 미국 페이팔의 결제 시장 규모가 180조원이라면 중국의 알리페이는 650조원 규모이다. 세계 최대의 핀테크 기업은 지금도 앞으로도 중국 기업일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한국 핀테크의 미래 시사점을 얻게 된다. 핀테크 산업은 기술이 아니라 제도가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지도자들이 왜 인터넷 기업인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키우는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런데, 금융을 포함한 한국의 제도 경쟁력은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 파동에서 충분히 경험했다. 페이팔 혹은 알리바바보다 한국의 전자지불서비스 기업인 페이게이트가 먼저 결제 기술을 개발했다. 최근 미국에서 상장한 핀테크 대출 기업인 온덱과 렌딩클럽은 각각 기업가치가 2조원과 9조원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크라우드펀딩 업체인 머니옥션이 이들보다 먼저 사업을 출범했다. 한국의 벤처기업들은 기술의 경쟁력이 아니라 국가의 금융 규제로 인해 미국과 중국에 뒤처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금융 규제의 핵심 문제는 무엇인가. 바로 사전에 모든 문제를 철저히 없애야 한다는 추격자 시대의 패러다임이다. 남을 따라가는 시대에는 정답이 존재했다. 금융 당국은 전자금융에 대한 300쪽이 넘는 내부 지침으로 세세하게 지도하고 금융 기관은 이를 준수하기만 하면 면책이 됐다. 이 과정에 금융 소비자인 국민의 목소리가 들어갈 틈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창조경제 시대에서 사전 규제의 패러다임은 국가 금융 경쟁력을 아프리카 수준으로 끌어 내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민화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석좌교수·전자공학
미국과 영국은 각각 300만달러와 300만파운드 미만의 작은 규모의 새로운 사업에는 자본금 등의 규제를 부과하지 않는다. 나중에 규모가 커지고 비용과 편익 분석이 가능해질 때 비로소 적절한 규제 사례를 연구해 부과한다. 작을 때는 유연하게 클 때는 적절하게 규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모든 금융업에 규모에 관계없이 일괄적인 진입 규제인 자본금 규정 등을 부과하고 있다. 바로 추격자가 아닌 개척자 전략이 사전 규제에서 사후 관리로의 패러다임 전환인 것이다.

창조경제연구회는 공인인증서와 인터넷 개방성, 창조금융 등의 보고서를 통해 지속적으로 사전 규제 축소, 사후책임 강화,기술의 중립성이라는 국제 금융 협약인 ‘바젤 협약’의 준수를 촉구했다. 그동안 한국은 국제 협약을 사실상 무시하고 법령에도 없는 규제를 가해 온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7일 IT·금융 융합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규제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오프라인 위주의 금융제도를 개편하며, 핀테크 산업 지원을 하겠다는 획기적인 발표를 했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대로 각론 역시 중요하다. 가령 크라우드 펀딩(Crowdfunding·온라인 소액 투자 중개업) 법안은 사후 평가보다는 사전 규제의 패러다임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한국의 미래를 위한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 전환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갖고 지켜보고자 한다.

이민화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석좌교수·전자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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