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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산줄기 물줄기 따라… 힐링의 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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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2-12 17:51:08 수정 : 2015-02-12 18: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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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청풍호 비경 즐기는 자드락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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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땅의 호수는 대부분 인공호수, 즉 댐을 건설하며 생겨난 저수지다. 이 인공호수가 생겨난다는 소식은 그 마을 주민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았을 것이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고향 땅은 모두 물에 잠기고, 쫓겨가다시피 낯선 땅으로 이주해야 했다. 댐이 건설된 곳이면 어김없이 들어서 있는 망향비(望鄕碑)는 고향을 잃은 수몰 지역 주민들의 상실감이 얼마나 컸던가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이 인공호수에는 관광객이 몰려들었고, 호숫가에는 호텔과 리조트가 들어섰다. 주민들에게 원망의 대상이었던 호수가 더없이 훌륭한 관광자원이 된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충북 제천 청풍호가 아닐까 싶다. 충주댐이 건설되며 생겨난 이 호수를 제천 쪽에서는 청풍면을 끼고 있다고 해서 청풍호라고 부른다. 청풍호는 아마도 이즈음 우리 땅에서 관광지로 가장 주목받는 호수일 것이다. 산허리까지 물이 잠기며 생겨난 호안선의 풍광이 워낙 수려한 데다 각종 레포츠 시설이 잘 갖춰지고, 빼어난 전망이 펼쳐지는 봉우리까지 여럿이기 때문이다. 최고의 전망대로 꼽히는 비봉산까지는 모노레일이 운행되고, 내년부터는 케이블카도 연결된다.

제천 자드락길은 호안선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청풍호 주변 산길을 이어 놓았다. 그중에서도 6코스인 괴곡성벽길의 풍경이 가장 수려하다. 6코스 중간에 자리한 백봉 정상 전망대에 오르면 청풍호 상류와 옥순대교 전경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이즈음 여행지로서 청풍호의 성가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 게 바로 ‘자드락길’이다. 자드락길은 호수를 끼고 걷는 도보길 중에서 최고의 전망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자드락길은 ‘나지막한 산기슭의 비탈진 땅에 난 작은 오솔길’을 이르는 순우리말이다. 모두 7개 코스, 58㎞인 자드락길은 청풍호 주변 산간마을을 잇는 옛길을 더듬어 놓았다.

7개 코스 중 추천할 만한 코스는 1, 2, 5, 6코스다. 1코스인 ‘작은 동산길’(19.7㎞)에서는 호수 아래 잠긴 옛 마을을 떠올리게 된다. 초입에 수몰 이주민의 애환을 담은 탑과 청풍면의 옛 모습을 담은 동판이 자리해, 수몰 이주민의 애환을 되돌아볼 수 있다. 만남의광장에서 시작해 청풍호 전경과 월악산 영봉이 한눈에 들어오는 외솔봉을 지나는 코스다. 전 구간을 걷는 게 부담스럽다면, 청풍호 옆을 지나는 2㎞ 정도만 걸어도 좋다.

자드락길 2코스가 지나는 천년 고찰 정방사.
2코스인 정방사길(1.6㎞)은 금수산 능강계곡 입구에서 천년 고찰 정방사로 오르는 길이다. 신선봉 능선의 의상대라는 암봉에 기대어 서 있는 정방사의 아담한 앞마당에 서면 청풍호와 그 주변 겹겹의 산들이 어우러지는 멋진 전망이 펼쳐진다. 새 건물이 들어선 정방사의 정취는 예전만 못 하지만, 그 아래 청풍호 정경은 언제 봐도 아름답다. 

괴곡성벽길 출발점인 옥순대교.
5코스인 옥순봉길(5.2㎞)은 상천산수유마을에서 송호리를 거쳐 옥선대교에 이르는 호반길로, 시종 청풍호를 옆에 놓고 걷는다. 옥순대교 북단의 전망대에서 옥순봉을 조망하는 게 이 코스의 백미다. 

자드락길 5코스를 지나며 마주한 옥순봉.
6코스는 풍경이 가장 수려한 길로, ‘괴곡성벽길’(9.9㎞)이라고 부른다. 괴곡리 주변 산세가 성벽처럼 닫혀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코스에서 가장 빼어난 경관이 펼쳐지는 자리는 백봉 정상이다. 여기에 서면 옥순대교와 그 너머로 청풍호 상류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괴곡성벽길 전 구간을 걷지 않고, 백봉 정상까지만 다녀오는 사람도 많다. 옥순대교 남단 주차장에서 출발하면 백봉까지는 왕복 3.6㎞로, 제법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는 데만 1시간30분쯤이 걸린다.

차로 쉽게 가 닿을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수산중학교 뒤쪽으로 이어지는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산촌 외딴 마을인 다불리를 지나 ‘백봉 산마루 주막’까지 닿을 수 있다. 여기서 백봉 정상까지는 200m에 불과하다. 백봉에는 ‘사진찍기 좋은 곳’이란 이름의 작은 전망대가 있고 그 옆에 1년여 전 세워진 높은 전망대가 있다. 원통처럼 둥글게 놓은 나무데크를 올라 전망대 정상에 서면 청풍호와 옥순대교, 금수산과 옥순봉이 360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상에는 얼마 전 내린 눈이 군데군데 쌓여 있지만, 따스한 오후 햇살에 맥없이 녹아내리고 있다. 봉우리를 휘감는 바람에서도 매서운 기세는 느껴지지 않는다. 얼마 후면 이 청풍호에도 따스한 봄소식이 전해질 것이다.

제천=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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