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유도소년’은 지더라도 끝까지 도전하는 스포츠 정신을 고등학교 유도부 선수의 성장담을 통해 건강하게 전한다. |
무대에는 배우들이 몸으로 뿜어내는 건강한 에너지가 넘친다. 배우들은 역할에 맞춰 실제 운동선수에 버금가는 훈련을 소화했다. “세상에서 가장 정확하고 명확한 게 스포츠야. 절대 요행은 따르지 않아”라는 코치의 대사는 ‘스포츠’를 소재로한 작품들이 관객의 마음을 끄는 비결을 내비친다. 변칙과 비리, 불확실성이 지배할수록 스포츠의 땀과 정직함은 진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극의 분위기는 가볍고 우직하다. 관객은 극 내내 박장대소한다. 고교 운동부의 엄한 규율과 사투리는 다소 귀엽고 단순한 웃음을 유발한다. 재미 교포 신입생이 한창 군기를 잡는 선배 앞에서 미국식 ‘민주적 언어’를 던지거나 건장한 유도선수가 귀여움을 뽐내는 식의 반전도 주요 웃음 코드다.
극에서 전하고 싶은 ‘닭살 돋는 대사’는 가벼운 분위기 속에 못 이기는 척 은근슬쩍 넣는다. “근육이란 게 덤벨 10개 들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못 들고 있을 것 같은 순간, 그걸 넘어서니 생기더라. 인생에도 근육이란 게 필요하잖아. 니가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너한테 기회란 게 올거야”라는 복싱 선배의 진지한 말에 관객은 오글거림을 참지 못하고 “으아∼”하고 소리를 지른다. 극 속에 녹아든 벅의 ‘맨발의 청춘’, 젝스키스 ‘폼생폼사’, HOT ‘캔디’ 등 90년대 후반 가요는 ‘그 시절 청춘’이 주는 진한 향수를 자극한다.
주인공 경찬은 청춘의 성장사를 고스란히 겪어낸다. 아프거나 질 것 같으면 도망치다 보니 어느새 지는 게 습관이 된 그는 아픔을 겪고 “이기든 지든 제 의지로 끝까지 가보고 싶어요”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연극은 ‘이길 수 없어도 용기를 잃지 말고 도전하라’고 새해, 봄을 맞은 관객을 독려한다. 경찬 역은 홍우진, 박훈, 박해수가 돌아가면서 맡는다. 사각 매트와 사물함, 의자가 전부인 무대는 알뜰하게 활용된다. 배우의 동선과 음악, 조명으로 분위기를 쥐락펴락하는 연출 덕분에 단조롭지 않다. 5월3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트원씨어터에서 공연한다. 4만원. 1544-1555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세계섹션>세계섹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