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홍천’이란 이름 석자는 음악팬이 아닌 대중에게는 덜 알려져 있다. 화려하게 각인될 대형 콩쿠르 입상 소식이 적어서다. 대신 그는 연주와 음반 중심으로 활동해 보수적인 유럽 시장에서 인정받았다. 2011년 낸 슈베르트 후기 소나타 음반은 현지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같은 해 독일 바이에른주 문화장관은 그에게 젊은예술가상을 수여했다. 최근에는 독일 음반사 웸스와 5년에 걸친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녹음을 진행 중이다. 올해는 하이델베르크 극장 상임 피아니스트로도 활동한다.
피아니스트 윤홍천이 떠남과 변화를 의미하는 ‘방랑’을 주제로 국내 첫 리사이틀을 연다. 스톰프 뮤직 제공 |
“협연을 마치니 ‘끝났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더 컸어요. 뮌헨필과 협연이 일회성 공연에 그치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제가 했던 연주 중 가장 중요하고 의미가 컸던 공연이잖아요. 매번 이렇게 준비하면 내가 남아나지 않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연습했어요. 한 번 해봤으니, 앞으로 기회가 또 생기면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는 1995년 예원학교에 수석 입학해 14세 때 미국으로 건너갔다. 크고 작은 무대를 경험하며 어느덧 30대가 됐다. 요즘은 “20대에 열심히 붓을 만들어 30대부터 그림을 그린다”는 한 인터뷰 기사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는 “지금까지 피아니스트로서 준비 작업을 했다면 이제는 정말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 됐다”며 “열매를 따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그의 이런 여정을 지켜볼 수 있는 자리다.
“슈베르트 가곡에 ‘방랑’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와요. 그가 이 단어를 좋아했구나 싶었어요. ‘방랑자 환상곡’은 슬프고 고뇌에 찬 젊은이의 모습을 담았지만 4악장으로 넘어가면서 화려하고 밝게 끝나요. 슈베르트가 ‘방랑’에서 마음 둘 곳 없는 떠돎이 아니라 미래로 나아가는 기대에 찬 모습을 잡아낸 게 아닐까요.”
슈만의 가곡 제목인 ‘봄밤’에도 독일어로 ‘동경’의 뜻이 담겨 있다. 윤홍천은 “긴 겨울을 마치고 내일을 기대하는 밤의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연주장을 찾을 관객에게 “지금의 저를 평가하기보다 제가 피아니스트로 발전하는 데 관심을 갖고 동행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공연 콘셉트가 방랑·여행이에요. 제 연주를 보는 것보다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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