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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속 명품 옷으로 자아 과시 드러내

입력 : 2015-02-24 21:40:05 수정 : 2015-02-24 21:4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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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오상택, 3월 30일까지 전시회 옷장에 걸린 옷들이 실제보다 거대하다. 게다가 흑백의 색감과 구도의 단순화는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가질 수도 있지만, 쉽게 가질 수도 없는 명품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과 반어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유독 흰 드레스다. 평소 쉽게 입지 못하는 옷으로서의 상징성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작가 오상택(45·서울예술대 교수)의 작품이다. 말하고 싶지만 말로는 할 수 없는 것. 숨기고 싶지만 숨겨지지 않는 것. 말하고 싶지만 하면 안 되는 사람들의 자아 과시를 작가는 옷을 통해 은근히 드러내고 있다.

“조선회화 양식 중 하나인 책가도는 선비들의 자아 과시를 위한 하나의 고급스런 표현 수단으로 보인다. 최소한 저급한 과시의 수단으로 책을 진열하기보다는 그림이라는 조금은 세련된 방식을 통해 자신의 지식수준 및 생활수준을 과시했음이 분명하다.”

가상의 옷장 속에 빅사이즈의 드레스가 나보란듯이 활보하고 있는 오상택 작품. 흑백의 단순 구도가 생경함을 더하고 있다.
그는 책가도 같은 과시가 이 시대엔 명품 옷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한다. 책가도의 ‘확대 원근법’도 그대로 답습하는 이유다.

“조선 책가도의 특징적인 형식이 확대 원근법이다. 서양 미술에서 중요한 원리로 이야기되는 원근법을 확대 해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시점에서 보이는 대상의 조형성을 하나의 화면에 녹여 재해석하는 방법이다. 이 같은 회화양식은 조선의 다른 그림들에서도, 서양의 회화에서도 볼 수 있다.”

그는 부피감을 주는 시각적 의미전달에 주력하고 있다.

“예전에 최홍만 선수를 대면한 적이 있다. 그때 처음으로 ‘생경하다’라는 단어의 뜻을 실감하게 됐다. 어떤 대상이 일정 정도 이상으로 거대했다거나, 혹은 매우 작았다면, 실재감이 결여된 이질적인 존재로, 가상의 존재로 인식된다. 하지만 최 선수는 보통 사람보다 10% 정도 커 보인다는 실재감과 총합적으로 거대하다는 반실재적 느낌이 공존했던 대상이었다. 그 새로운 경험, 생경함이란 머릿속 상상으로 정했던 그 실재하지 않는 가상적 부피감이 아니라 현실엔 존재하지만 우리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정도와는 다른 이질감을 주는 부피감이다.”

그는 비로소 생경함이란 감각을 논리적으로 확신하게 됐다고 한다.

“우리에게 소위 ‘명품’이라는 물질의 실체도 이와 유사하다 할 수 있다. 쉽게 가질 수 없지만, 무리한다면 가질 수도 있다는 현실감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 작업의 출발은 여기서 시작됐다.”

그는 어쨌든 옷장을 찍는다. 옷은 최소한 그에게 최고로 신경 쓰이고 좋아하는, 갖고 싶은 아이템이다. 이것들은 아마도 그를 보는 누군가가 그라는 존재를 인식하게 되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시각적 인식 수단이 그 어떤 때보다도 발달한 요즘 더더욱 옷이라는 자기표현 수단에 많은 사람들이 집중하는 것 같다. 옷은 현대사회에서 가장 직접적인 과시욕의 수단이 됐다.”

그가 옷을 찍는 행위는 이성이 본능적 자아에게 보내는 질책일 수도 있다. 아니면 좋아하는 것을 대놓고 좋아한다 자랑하지 못해 늘어놓는 혼잣말, 혹은 이성이 본능에게 주는 스트레스에 대한 힐링일 수도 있다,

“나는 가상의 옷장을 우선 만든다. 그리고 실제의 옷을 찍어 그 옷장 안에 오버랩시키는 것이 내 작업이다. 그러나 그 옷장은 실재하는 옷장이 아니며, 옷들도 나에겐 맞지 않는 생경함을 가지고 있는, 입을 수도 없는 사이즈다.” 3월 30일까지 KDB대우증권 WMC역삼역아트스페이스. (02)568-0344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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