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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쇼군의 추억’ 서린 우아한 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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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2-26 17:47:06 수정 : 2015-02-26 17:4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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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온천의 고장' 시즈오카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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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임진왜란을 다룬 드라마 ‘징비록’이 인기다. 전란 직전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1536∼1598) 등 일본 수뇌부의 언동을 묘사한 대목이 무척 흥미롭다. 드라마보다 좀 더 빨리 진도를 나가면 맞닥뜨리는 인물이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1543∼1616)다. 임진왜란 패전의 혼돈 속에 일본을 통일하고 평화 시대를 연 지도자다.

시즈오카현은 도쿠가와와 인연이 많은 고장이다. 일본이 사분오열 갈라져 싸우던 시절 태어난 그는 시즈오카에서 12년 넘게 인질로 붙잡혀 있었다. 이후 시즈오카의 하마마쓰(濱松)를 기반으로 힘을 길러 도요토미 세력을 무찌르고 일본 전역을 장악했다. 쇼군(將軍) 자리에서 물러난 도쿠가와가 노후를 위해 정착했다가 생을 마감한 곳도 시즈오카다. 도쿠가와 타계 500주기가 되는 2016년을 앞둔 요즘 시즈오카는 이른바 ‘도쿠가와 마케팅’이 한창이다.

시즈오카의 작은 도시 가케가와(掛川)에는 도요토미와 도쿠가와가 활약하던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옛 성이 남아 있다. 한때 도요토미의 부하였던 도쿠가와가 난공불락으로 여겨진 이 성을 직접 공격해 함락했다고 한다. 하지만 전쟁에서 승리한 도요토미는 도쿠가와를 견제한 나머지 자신의 핵심 측근을 성주로 임명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의 속성이란 비정하기 짝이 없음을 새삼 깨닫는다.

시즈오카현 가케가와성. 1854년 지진으로 크게 훼손된 것을 1994년 옛 모습 그대로 복원했다.
목조건물인 가케가와성은 1854년 큰 지진이 일어났을 때 대부분이 파괴되는 피해를 입었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성은 지역주민들의 오랜 노력 끝에 1994년 재건한 것이다. 건물이 고풍스럽고 아름답기 그지없어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지로도 종종 쓰였다고 한다.

시즈오카현을 대표하는 온천 호텔 ‘이마이하마 도큐 리조트’의 노천탕 모습.
도쿄보다 남쪽에 자리한 시즈오카는 일년 내내 따뜻하다. 겨울에도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일이 좀처럼 없다. 여기에 녹차와 귤, 장어 등 먹거리까지 풍부하니 ‘일본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동네’라는 말이 나온 게 당연하다. 사람들이 흔히 ‘와사비’라고 부르는 고추냉이는 일본 전역에서 시즈오카가 단연 최대 생산지다. 일본의 상징과도 같은 온천 역시 시즈오카 일대의 온천을 일품으로 친다.

시즈오카현의 대표적 고찰 슈젠지. 사찰 옆에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온천이 있다.
‘일본 근대문학의 아버지’로 통하는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1867∼1916)는 도쿄 사람이다. 그런 그가 건강이 나빠졌을 때 휴양지로 찾은 곳이 시즈오카의 슈젠지(修善寺)온천이었다. 슈젠지는 일본에서도 특별히 아름다운 사찰로 손꼽힌다. 법력이 높기로 유명했던 고보(弘法) 대사가 서기 807년 절 옆을 흐르는 강가에서 지팡이로 땅을 내리쳐 돌을 깨뜨리자 뜨거운 온천수가 콸콸 솟아올랐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슈젠지 경내에는 지팡이를 든 고보 대사를 형상화한 동상이 세워져 있다.

일본 시즈오카현의 대표적 고찰 슈젠지 옆으로 난 대나무숲길은 하늘로 뻗은 대나무와 그 사이로 걷는 다정한 연인이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슈젠지 옆으로 난 강물을 따라 아주 멋들어진 대나무숲길이 조성돼 있다. 한국 관광객이라면 전남 담양의 죽녹원을 떠올리며 둘을 비교할 듯하다. 하늘로 뻗은 푸른 대나무와 그 사이로 걷는 다정한 연인, 그리고 일본 특유의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붉은색 다리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어우러져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시즈오카 곳곳에 온천이 있고, 그 주변에는 어김없이 그윽한 정취의 료칸(旅館)이 자리한다. 물론 료칸에서만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다. 온천 인근의 현대식 호텔들도 내부에 자연의 온천과 흡사한 시설을 만들어 여행객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생선구이와 초밥, 두부 등을 곁들인 근사한 저녁을 먹고 뜨끈한 온천수에 몸을 담그면 시즈오카에서의 하루가 포근하게 저문다.

시즈오카=글·사진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여행정보=인천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하면 약 2시간 만에 일본 후지산시즈오카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시즈오카공항 홈페이지는 한국어 서비스도 제공하니 사전에 참고하는 게 좋겠다. 물론 일본의 관문인 하네다공항 또는 나리타공항을 통해 먼저 도쿄로 들어간 다음 차분하게 시즈오카현으로 이동하는 방법도 있다. 시즈오카에서는 도요타렌터카(rent.toyota.co.jp), 오릭스렌터카(car.orix.co.jp), 닛폰렌터카(www.nipponrentcar.co.jp)를 통해 차를 빌려 자유롭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시즈오카현 서울사무소가 운영하는 블로그(blog.naver.com/goshizuoka)를 적절히 활용하면 관광에 꼭 필요한 정보들의 사전 확인이 가능하다. (02)777-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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