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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총기난사 계획살인 "내가 만든 완벽 범행"

입력 : 2015-02-27 19:33:40 수정 : 2015-03-03 14: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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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평소 술먹고 잦은 행패
타고간 승용차서 유서 6장 발견
故 이강석 경감
‘탕, 탕!’

27일 오전 9시30분쯤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의 한 2층 단독주택에서 총성이 울렸다. 이어 주택에 진입하려던 경찰관이 위협 사격 끝에 총에 맞아 숨졌고, 피의자도 목숨을 끊었다.

사건은 오전 8시40분쯤 이 집에 사는 백모(84·여)씨와 시동생인 전모(75)씨의 다툼으로 시작됐다. 두 사람은 집 앞에서 큰 소리로 다투던 끝에 먼저 백씨가 집으로 들어갔고, 전씨가 사냥용 엽총을 들고 백씨를 뒤따라 들어갔다. 전씨는 형(86)과 형수인 백씨를 잇달아 쏘았다. 백씨의 며느리인 성모(52)씨는 2층에서 뛰어내린 뒤 오전 9시34분 “작은아버지가 (시)부모님을 총으로 쐈다”고 울면서 112에 신고했다.

4분여 만에 출동한 화성 서부경찰서 남양파출소 소속 이강석(42) 경감과 이모 순경이 현장에 도착해 출입문을 열고 진입을 시도하자 전씨는 총을 발사하며 “들어오지 말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 경감은 설득하기 위해 집 안으로 들어가려다 전씨가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이 경감과 피의자가 서로 아는 사이 같았다”는 이 순경의 진술에 비춰볼 때 이 경감은 전씨를 말로 설득하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민들은 이 경감의 죽음에 대해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박모(44)씨는 “파출소 근무한 지 1년 정도 된 걸로 아는데, 주민들한테 살갑게 잘 대해줘서 평이 좋았다”고 말했다.

전씨는 이 경감을 쏜 뒤 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씨는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고, 이날 저녁 척추 수술을 받았다.

27일 오전 형제간의 불화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 2층짜리 단독주택에서 경찰관들이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다. 이날 총기 난사로 80대 노부부와 관할 파출소장, 용의자 등 4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화성=남정탁 기자
◆가정 불화와 돈이 사건 원인인 듯


경찰은 범행현장 앞에 세워진 전씨 소유의 에쿠스 승용차에서 유서를 발견하고 유족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건경위를 조사 중이다. 차량 조수석에 놓인 편지지 6장 분량의 유서에는 금전 문제와 가정 불화의 책임을 형에게 따지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전씨는 ‘이날을 위하여 모두 내가 만든 완벽한 범행·범죄입니다’라고 써 살해 의지도 강하게 드러냈다.

경찰과 인근 주민의 말을 종합하면 전씨는 평소 술을 마시면 형을 찾아와 돈을 달라며 행패를 부리는 일이 잦았다. 주민 조정현(53)씨는 “4∼5년 전 남양뉴타운 사업으로 땅값이 엄청 오르면서 전씨 형이 토지보상금으로 수십억원을 받았다”며 “이후 형제가 재산 문제로 자주 다툰다는 소문이 마을 전체에 파다했다”고 말했다. 피의자 전씨는 서울에서 오랜 기간 한식당을 운영했고 2012년 미국에 이민 간 딸과 함께 살기 위해 부인이 한국을 떠나면서 식당을 정리한 뒤 강원 원주에서 홀로 살았다.

서울에서 자주 모임을 가졌다는 주민 백모(75)씨는 “전씨가 식당이 잘 돼서 운전기사도 두고 있었고 평소 돈도 잘 쓰는 편이었다”며 “성격도 온순한 편이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사망한 전씨의 형은 화성시 6·25 참전 유공자회장을 맡기도 했다. 평소 친분이 두터웠다던 김경규 화성시 보훈단체협의회장은 “이웃과 아무런 마찰 없이 두루두루 잘 지내 존경받는 어른이었다”고 말했다.
  
27일 경찰이 공개한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 총기 살인 사건에 사용된 엽총.
연합뉴스
이틀 만에 세종시와 경기 화성에서 엽총 난사로 8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경찰의 총기관리 허점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27일 인천시 연수경찰서에서 한 경찰관이 보관된 사냥용 총기류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잇달아 터진 총기 사고… 경찰 어설픈 대응


불과 이틀 전 세종시에서 총기 살해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총기 사건 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구대와 파출소에 방탄복이 보급돼 있지 않아 이날 이 경감과 이 순경은 총기 피습에 무방비 상태로 출동했다. 파출소나 지구대에는 칼에 찔려 뚫리지 않도록 제조된 방검복만 지급하고 있다. 이 경감은 신고를 받고 신속히 출동하느라 이러한 방검복도 제대로 챙겨 입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경감이 당시 휴대한 화기는 실탄 권총이 아닌 테이저건으로, 엽총에 대응할 수 없었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예산을 확보하면 일선 경찰관에게도 방탄복을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화성=이재호·이우중·김승환 기자 futurnali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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