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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86% '현대판 차르' 위상 흔들리나

입력 : 2015-03-02 20:11:33 수정 : 2015-03-02 20: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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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넴초프 피살’ 비난 시위 확산 “나는 두렵지 않다.” “푸틴 없는 러시아.”

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등 러시아 주요 도시에서 진행된 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 추모집회에서 등장한 구호들이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와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틀 전 피살된 넴초프 전 부총리를 추모하기 위해 이날 거리로 나온 인파는 주최 측 추산으로 최대 10만명(경찰 추산 1만6000명)에 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재집권이 부정선거의 결과라며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렸던 2012년 때보다 더 큰 규모다.

하지만 넴초프 피살 사건이 러시아 정치 지형도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등 ‘위대한 러시아’ 정책으로 80%대 지지율을 구가하고 있는 푸틴의 정치적 카리스마와 함께 10여년간의 탄압과 회유로 지리멸렬한 러시아 야권 때문이다.

◆3년 만의 최대 거리집회

이날 수만명의 시민들은 모스크바 타이고로드 광장에서 시작해 넴초프가 피살된 크레믈궁 옆 볼쇼이 모스크보레츠키 모스트 다리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모스크바 시당국은 애초 넴초프가 푸틴 대통령의 경제 실정과 우크라이나 군사개입을 비판하기 위해 신청한 이날 집회를 불허했다가 피살 사건이 일어난 직후 추모집회로 국한해 허가했다. 참가자들은 삼엄한 경비 속에서도 넴초프 사진과 함께 ‘보리스, 우리는 당신의 과업을 이어가겠다’ ‘잊지 않을 것이다.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을 벌였다.

하지만 이날 집회는 반정부 구호 일색이었다기보다는 총탄에 스러진 야권 지도자에 대한 추모부터 러시아 내 증오범죄 경계 목소리까지 다양했다고 NYT는 전했다. 변호사인 올가 도브로발스카야는 “그들(살인범)은 누군가를 등 뒤에서 쐈다. 이는 러시아에선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중대 범죄”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이날 행진이 반정부 집회였다면 나는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내 자식들에게 폭력과 증오가 판치는 나라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대체로 “미풍에 그칠 것” 예상


러시아 야권이 이번 피살 사건으로 격앙된 대중의 분노를 정치적 변화로 조직할 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알자지라는 “푸틴은 2000년 총리로 권력을 잡은 이후 탄압과 회유 등으로 유력한 야권 경쟁자들을 제거해 현재 푸틴을 대체할 만한 정치 지도자가 없다”고 분석했다. ‘위대한 러시아 재건’을 내세워 2008년 첫 번째 대권 도전 직후 83% 지지율을 기록했던 푸틴은 이후 인기가 시들하다가 2014년 3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이후인 지난 2월 조사에선 사상 최대인 86%까지 치솟았다.

미국과 독일 등 서방 주요국이 푸틴을 그나마 상대하기 쉬운 러시아(옛소련) 정상으로 평가한다는 점도 이번 사건이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 미국의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전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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