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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가계부채를 줄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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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3-03 22:02:32 수정 : 2015-03-03 22: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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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가 오르면 빚 늘 수밖에 없어
조기퇴직 줄이고 일자리 늘려야
가계부채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가계부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은 2014년 한 해 동안 전년에 비해 3배 더 늘어났으며, 올해 1·2월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8배 이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160%를 넘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35%보다 훨씬 더 높아져 있다.

가계부채가 이렇게 늘어날 경우 우리 경제는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이자부담이 늘어나 소비 감소로 내수경기가 침체되면서 일본과 같은 장기간 경기침체로 들어갈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앞으로 금리가 인상되거나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경우 부실대출이 늘어나면서 금융위기를 겪을 수 있다.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
가계부채가 이렇게 늘어나는 원인은 금리를 인하함과 동시에 주택담보대출규제까지 완화했기 때문이다. 작년에 정부는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고 동시에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완화했다. 저금리에 대출규제까지 완화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는 보다 근본적 원인은 주택 매입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이 늘어나는 데에도 있지만 전세자금 대출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전세가격이 높아지면서 정부가 보증을 서주는 전세자금 대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생계형 대출도 주택담보대출을 늘어나게 하는 원인이다. 기업투자가 감소하면서 일자리 구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으며 직장이 있는 사람도 조기퇴직이 늘어나고 있다. 25년간 학교 다니고, 25년간 직장에서 일하고, 30년을 쉰다는 이야기와 같이 공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직장인은 50세 전후에 조기 퇴직한다. 퇴직 후에는 연금과 복지체제가 충분히 구축돼 있지 않기에 사회가 고령화될수록 생계를 유지할 소득이 부족하다. 마지막 남은 주택의 담보대출을 통해 생계비를 마련하면서 가계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돼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원인은 저금리와 과도한 대출규제 완화에 있으며, 전세가격이 지나치게 오른 것과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조기퇴직이 늘어난 데에 있다.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이러한 원인을 해소해 주는 대책이 필요하다.

먼저 정부는 시급히 전세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 지금과 같이 전세가격이 오르는 경우에는 서민들의 가계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고 주거비용이 높아지면서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전세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는 수도권 주택 공급을 늘리면서 동시에 직행 지하철을 건설해 치솟고 있는 전세가격을 낮춰야 한다. 그동안 교통은 고려하지 않고 주택만 공급한 주택정책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생계형 대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일자리를 만들고 조기퇴직도 줄여야 한다. 연금제도와 복지제도를 확충해 고령화 시대에 노후소득을 보장해 주고 과도하게 높은 임금구조를 개선하여 조기퇴직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노후소득이 마련돼야 생계형 대출이 감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과도하게 늘린 대출규제를 다시 강화할 필요도 있다. 대출규제도 완화하고 금리도 내리는 정책은 부동산 경기는 살릴 수 있을지 몰라도 가계부채를 크게 늘어나게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선진국도 가계부채의 대부분은 부동산 구입을 위한 대출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저금리와 부동산 가격 상승 때문에 가계부채가 늘어났으나 위기 이후 부동산 버블이 붕괴된 뒤부터는 초저금리를 유지해도 가계부채가 줄어들고 있다. 이는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부동산담보대출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부동산 경기는 침체되는데 우리 가계부채가 급격히 늘어나는 원인은 저금리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DTI와 LTV 등 대출규제를 다시 강화함과 동시에 전세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생계형 대출이 줄어들 때 가계부채 증가세가 안정될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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