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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안락사 축구팬 향한 격려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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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3-04 10:35:14 수정 : 2015-03-04 11: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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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도 그를 포기했지만 프로축구단과 팬들은 끝까지 이 남성을 응원했다. 20년간 39차례에 걸쳐 수술을 받았음에도 차도가 없어 결국 안락사를 당하게 된 한 남성의 이야기다.

벨기에에 사는 로렌조 스쿤베르트는 아내와 예쁜 딸을 둔 가장이자 자국 리그 프로팀인 클럽 브뤼헤의 열혈 팬이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그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사실이다. 정확한 병명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로렌조는 지난 20년간 39차례에 걸친 수술을 받았으며, 끝내 병이 낫지 않자 의료진도 결국 그를 포기했다.

로렌조에게 남은 건 죽음뿐이었다. 벨기에의 법 덕분에 로렌조는 안락사로 생을 마감하게 됐고, 그는 아내와 딸을 이 세상에 남겨둔 채 홀연히 떠나기만 하면 됐다.

그러던 중 로렌조의 안락사일이 연기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 덕분에 로렌조는 평소 좋아하던 클럽 브뤼헤의 홈경기를 한 번 더 볼 수 있게 됐다.

지난 1일(현지시각) 열린 무스크홍과의 홈경기. 이날 경기장을 가득 메운 2만명의 관중들은 로렌조에게 끊임없는 박수를 보냈다. ‘당신은 이 세상을 떠나겠지만, 한 프로팀을 응원하던 축구팬으로서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의미의 박수였다.


팬들은 ‘You'll never walk alone(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으로 로렌조를 응원했다. 이날 아내 그리고 딸과 함께 그라운드에 들어선 로렌조는 팬들이 보는 앞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시축도 했다.

로렌조 가족은 구단 측이 마련해준 VIP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전반전에는 양 팀 득점이 없었으나, 후반 내리 터진 골 덕분에 클럽 브뤼헤가 3대0으로 승리했다. 특히 승리로 클럽 브뤼헤는 리그 1위 자리를 굳게 지킬 수 있었다.

로렌조는 바랄 게 없었다. 그는 “죽기 전에 우리 팀이 이기는 걸 한 번 더 볼 수 있어 기쁘다”며 “믿을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고 웃었다. 로렌조는 “내 딸에게도 오늘은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 될 것”이라며 “남은 생을 사는 동안 두고두고 생각할 수 있는 추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로렌조는 “나의 마지막 꿈은 이뤄졌다”며 “비록 난 죽겠지만 하늘에서도 클럽 브뤼헤를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사연을 접한 클럽 브뤼헤 골키퍼 매튜 라이언도 경기가 끝난 뒤 로렌조를 찾아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틀 뒤인 3일, 로렌조는 주사를 맞고 세상을 떠났다. 그의 가족은 페이스북에 “이제 우리는 매일 밤하늘에서 빛나는 별 하나를 보게 될 것”이라며 “그 별이 로렌조라는 걸 의심하지 않는다”고 글을 올렸다. 이들은 “로렌조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용감했다”고도 덧붙였다.

로렌조가 남긴 마지막 편지에는 가족과 축구팬들을 향한 고마움이 담겨 있었다. 그는 편지에서 “클럽 브뤼헤의 모든 팬에게 감사하다”며 “여러분은 홀로 걷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클럽 브뤼헤 트위터·로렌조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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