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이성적인 책임감보다는 생존본능이 앞서는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 ‘포스마쥬어: 화이트베케이션’이 던지는 질문이다.
‘포스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은 갑작스러운 눈사태와 마주한 순간, 가족을 구하는 대신 혼자 피신한 아버지 탓에 생긴 가족의 균열과 갈등 그리고 회복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
관객은 성별이나 입장에 따라 토마스와 에바, 두 인물에게 각각 감정이입하게 된다. 토마스의 행동을 비난하면서도 “내 본능 때문에 나도 상처를 입은 피해자”라며 마지막 자존심까지 모두 털어놓은 채 오열하는 토마스를 어느 정도 수긍할 것이며, 또한 그러한 남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도 도저히 그러지 못하는 에바의 행동에 동의할 것이다.
인간의 사회적 행동을 정확하게 묘사하기로 유명한 루벤 외스트룬드 감독은 ‘남자는 아내와 가족의 수호자가 되어야 하며, 어떤 위험 앞에서도 도망치지 말아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을 파헤친다. 영화에서는 ‘문명화한 현대적인 남자’가 ‘자연’과 직면한다. 자신의 원초적인 두려움에 굴복하고 만 남편이자 아버지는 부끄럽기만 하다.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하더라도 남편에 대한, 아빠에 대한 신뢰와 가족 간 유대감은 깨졌다.
하지만 영화는 충격적 감정을 겪은 이후 가족과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갈등을 수습해 나가는 과정을 더욱 부각시킨다. ‘말하기엔 좀 그렇고, 그러나 참고 담아두기에도 그런 말’을 서슴없이 꺼내는 게 용기이자 사랑이다. 결국 위안은 가족들로부터 받는다. 회복 또한 가족 구성원들 몫이다. 극 후반부, 아이들의 마음까지 배려하며 다시 ‘당당한 가족’이 되기 위해 벌이는 에바의 슬기와 지혜가 인상적이다.
감독은 극중 대사를 통해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것은 영웅의 이미지’라는 메시지를 건넨다. 남성과 아버지에 대한 통념을 뒤엎는 이야기와 본능에 관한 예리하면서도 통렬한 풍자로 객석의 마음을 앗아간다.
‘포스마쥬어’란 인간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저항할 수 없는 불가항력이란 뜻이다. 영화에서는 매우 짧은 순간 이성으로 통제하기 힘든 본능의 강력한 힘을 의미한다.
김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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