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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업] 월드컵 4강 주역의 아름답지 않은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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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3-04 19:59:14 수정 : 2015-03-04 21:4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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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월드컵 이탈리아와의 16강전을 다들 기억하시죠. 한국 축구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입니다. 특히 패색이 짙던 후반 43분에 터진 설기현의 동점골은 월드컵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힙니다. 월드컵의 영웅, ‘스나이퍼’ 설기현(36)이 4일 정들었던 그라운드를 떠났습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은퇴에 소속팀인 인천 유나이티드 관계자는 물론 팬들까지 무척 당황하고 있습니다.

축구 선수들은 통상 시즌을 마치고 명예롭게 은퇴합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설기현은 K리그 클래식 개막을 불과 나흘 앞둔 지난 3일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특히 인천은 김도훈 감독을 새로 영입하면서 힘차게 개막전을 준비했는데 ‘고참’ 설기현의 은퇴로 전력에 차질을 빚게 됐습니다. 인천은 2일 프로축구연맹에 선수 등록을 마쳤고 광주 FC와의 홈 개막전을 앞두고 배포한 홍보 전단지에 설기현 사진까지 넣은 터라 어안이 벙벙합니다. 더구나 설기현은 지난달 28일 구단 출정식에 올시즌 멋진 활약을 펼치겠다고 팬들 앞에 결의까지 했답니다.

축구팬들은 설기현 은퇴 소식에 실망을 넘어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한 축구팬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계약기간이 1년이나 남았는데 팀 베테랑이라는 선수가 이럴 수 있냐”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적었습니다.

최형창 기자
무엇이 이처럼 시간에 쫓기듯 은퇴를 하도록 만들었을까요. 그는 이날 은퇴 기자회견에서 “내가 생각하고 경험한 축구를 팀에 바로 입힐 수 있는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그는 지난달 28일 성균관대로부터 감독 제안을 받았습니다.

축구 선수들은 아무리 선수 시절 이름 날렸다고 해도 대개 코치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올라갑니다. 대학 축구부 감독을 맡으려면 1급 지도자 자격증이 있어야 합니다. 설기현은 아직 2급이라 정식 감독은 불가능하고 감독 대행을 맡게 됩니다. 그럼에도 그는 성대측 제안을 ‘덥석’ 물었습니다.

“선수로서 할 만큼 했고 체력적인 한계도 느꼈다”는 그의 말에 공감이 갑니다. 하지만 하루빨리 감독이 되고 싶은 그의 조급함이 팬들의 기대나 소속 구단의 신뢰를 헌신짝처럼 버린 것 같아 씁쓸합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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