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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대통령의 방러 손익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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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3-04 21:42:23 수정 : 2015-03-04 21:5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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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초청 행사 결정
쉽지 않은 일이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실리를 우선 고려해야
“현재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 향후 펼쳐지는 상황을 고려해 최종 결정하게 될 것이다.” 오는 5월9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레믈광장에서 열리는 전승 70주년 기념 행사에 초청받은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 여부에 대해 책임 있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며칠 전 저녁자리에서 한 말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측으로부터 초청을 받은 것은 지난해 12월 중순, 두 달을 훌쩍 넘기고도 답을 찾지 못했다. 복잡하게 돌아가는 동북아 정세에 대처하기 위한 정부의 고심 흔적이 엿보인다. 동북아 정세가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는 형국이라는 얘기다. 적어도 우리 정부의 판단은 그렇다.

러시아 전승기념 초청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방세계의 제재로 위기에 몰린 러시아가 미국 일본 중국 그리고 남북한 정상을 불러들여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동북아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에서 ‘기획’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입장에서 보면 남북 정상의 참석 여부는 잔칫상을 만드느냐 마느냐의 차이를 갖는다. 남북, 북·미, 북·중 관계를 보더라도 박근혜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만남은 톱 뉴스감이다.

남북 정상에게 어떤 실익이 있을까.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대통령이 여러 차례 언급한 통일대박의 기초를 어느 정도 다질 수 있다는 점이 득이다. 남북 관계는 올해도 끊임없이 기싸움이다. 집권 3년차를 맞은 박 대통령 입장에선 통일대박의 항로를 변경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앞세운 통일호가 좌초 위기에 놓인 셈이다.

방러 행사는 박 대통령으로선 단독이든 다자든 어떤 회담 형식을 취하던 남북 관계를 풀어갈 절호의 기회다. 동북아 정세를 놓고 보더라도 남북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어느 정도 체제안정의 기반을 구축한 김정은으로서도 마찬가지다.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까지 시사하며 대화 의지를 보였다. 남북 관계의 필요성을 감안하더라도 김정은은 러시아로 직행할 게 분명하다. 북·중 회담까지 생각한다면 모스크바행은 그에겐 나쁜 카드가 아니다.

우리 앞에는 북핵 문제가 놓여 있다. 러시아는 6자회담 당사국으로 북핵 협상에 관여한다. 6자회담 성사 조건으로 한·미·일 3국이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 6자회담 성사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우선 북한을 뺀 5자회담이 코앞에 왔다. 그렇다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보험 차원에서라도 러시아를 확보해야 한다. 통일대박의 일환인 유라시아 구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려면 러시아의 지원과 도움은 절대적이다.

옥영대 논설위원
우리 정부가 차일피일 방러를 미루는 것은 미국 쪽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는 달리 이미 이 행사에 불참키로 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아직까지 가타부타 얘기가 없다. 오는 5월로 예정된 아베 총리의 워싱턴 방문에 앞선 계산된 행보다. 미·일 동맹이 탄탄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베 총리의 방러 행사 불참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감안하더라도 러시아로 가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우리 입장에선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앞두고 관계 복원의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우리가 백악관의 눈치를 봐가며 방러 문제를 저울에 달 필요는 없다. 균형외교의 기치를 든 노무현정부 때 삐거덕거렸던 한·미 관계는 실용외교를 내건 이명박정부에 이어 조화외교를 강조하는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걱정스러울’ 정도로 돈독하다. 신뢰는 한층 두터워졌다. 냉전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는 미·중 관계를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는 없다.

이제 대통령의 선택만 남았다. 박 대통령은 이러저런 상황을 따져가며 방러 결정에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참석 안 하는 것을 전제로 결정을 미룬다면 9월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의 항일전 승리 70주년 행사는 어찌할 것인가. 영국의 외교관이자 정치인 해럴드 니컬슨 경은 “이질적인 집단과의 관계를 질서 있게 처리해 가면서 국익을 앞세우는 일이 외교”라고 했다. 외교는 실리다. 근시안적인 접근은 금물이다. 박 대통령은 러시아 초청 행사에 가야 한다.

옥영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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