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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몰라봐줘 아쉬운 오페라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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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3-04 21:39:47 수정 : 2015-03-04 21:4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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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오페라계는 큰 홍역을 치렀다. 자격 논란에 휩싸였던 한예진 국립오페라단 신임 예술감독 겸 단장이 지난달 24일 결국 사의를 밝혔다. 논란이 시작된 건 50여일 전이었다. 10개월간 비어 있던 오페라단 단장 자리에 한씨가 임명됐다. 오페라계는 ‘자질도 경력도 부족한 밀실인사’라며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1월 말부터 1인 시위를 벌였다. 집단행동을 꺼리는 고전 음악계 분위기에 비춰보면 이례적 행보였다.

오페라계의 지난 겨울은 유례없이 뜨거웠다. 그러나 대중은 이런 소요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비대위의 확신에 찬 목소리는 찻잔 속 태풍에 머물렀다. 국립오페라단의 역할·지향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다 보니 비대위와 정부는 실체 없는 ‘단장 자격’을 놓고 힘없는 줄다리기를 벌이는 형국이었다. 한 오페라계 인사는 국립단체가 수장 없이 오랫동안 방치됐다는 사실 자체에 한탄했다. 시시비비를 떠나 국내에서 오페라가 얼마나 소수 문화인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왜 오페라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마땅한 답은 없다. 다른 장르보다 오페라가 유난히 멀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오페라의 첫 인상은 보통 ‘몸집 큰 성악가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노래하는 모습’ 정도다. 당장 내 삶과 큰 관련이 없고, 즉자적 즐거움도 주지 않는 것 같다. 때로는 부유층의 호사스러운 취미나 문화적 허영으로 오해되기도 한다. 굳이 골치 아프게 즐겨야 할 이유가 없다.

송은아 문화부 기자
오페라에는 서구적 근대화를 좇아온 우리 문화계가 가진 여러 모순이 섞여 있다. 오페라는 유럽의 음악, 문학, 무대예술, 역사가 집합된 ‘그들의 문화’다. 국내 성악진이 국제 무대를 휩쓰는 것과 별개로, 고전 음악계에서 한국 시장은 변방이다. 최고 성악진이 모이고 파격적 연출을 시도하는 ‘본토’의 유행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한 편을 만들려면 비용도 많이 든다. 많게는 8억∼9억원까지 소요된다. 시장은 작고 제작비는 막대하니 기업 협찬 없이는 공연이 힘들다.

그럼에도 오페라를 봐야 할 이유를 꼽으라면 오페라가 가진 고유의 예술적 감동이다. 부담스러운 첫 인상과 달리 오페라를 처음 본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재미있다’고 말한다. 시간을 이기고 살아남은 명곡은 극의 굽이굽이마다 감정을 고양한다. 비록 자막에 의지하지만 시·문학을 토대로 한 오페라 가사는 인간의 본성을 파고들고 삶의 진실을 전한다. 수백년간 발전해온 성악 발성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비싼 티켓 값을 무시할 수는 없다. 오페라는 수십만원짜리 ‘고가 티켓’ 논란의 단골 손님이다. 다행히 국립단체 공연에는 1만원인 C·D석부터 3만, 5만원짜리 좌석이 마련돼 있다. 최고가 좌석도 뮤지컬이나 일부 대중가요 공연과 비슷한 수준이다. 여전히 오페라가 어렵다면 각 지역 공연장에서 오전 시간대에 마련한 ‘마티네 콘서트’를 통해 해설이 있는 공연을 접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송은아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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