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과 하루 만에 '뭇매'…김영란법 수술대 오른다

위헌 논란속 개정론 봇물…여야 “보완입법 조속 마련”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4일 국제회의 참석차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내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 통과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 연합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하루 만인 4일 개정론에 휩싸였다.

여야는 이날 보완 입법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위헌·과잉입법 논란과 형평성 시비를 외면한 채 제정안을 졸속 처리한 데 따른 부작용을 자인한 셈이다. 정치권의 직무유기와 이기주의로 김영란법은 국무회의 공포는커녕 법제처 심의도 받기 전에 수술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법 개정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김영란법과 관련해 “미비점이나 부작용에 대해 겸허한 자세로 모든 목소리를 듣고 앞으로 1년 반의 준비 기간에 입법에 보완이 필요하다면 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운데)가 4일 위헌 시비가 거센 김영란법 통과와 영유아보육법 부결에 대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남제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도 공감을 표했다.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검찰의 자의적 수사 문제 때문에 부정청탁 유형을 항목별로 나눠 구체적으로 적시하다 보니 법안이 어색해졌다”며 보완 필요성을 언급했다. 특히 국회 법사위원장인 이상민 의원은 라디오방송에서 “법치주의나 선의의 피해자 등이 걱정되고 자괴감도 든다”며 “(형사처벌 규정은) 명확하게 돼 있어야 된다. 명확하지 않은 규정들, 애매모호한 규정들은 빨리 손을 봐야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영란법에서 수정·보완이 거론되는 부분은 ▲공직자를 넘어 민간 영역까지 확장한 법 적용 대상 ▲시민단체와 사회적 영향력이 큰 전문직은 제외한 민간 부문 내에서의 형평성 위배 ▲부정청탁 기준의 모호성 ▲수사기관의 수사권 남용 가능성 ▲위헌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우자 신고 의무 ▲직무와 무관하게 금액 기준으로 청탁과 뇌물 수수 여부를 판단하도록 한 조항 등이다.

이날 법조계에서는 김영란법 문제점에 대한 반발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는 이르면 5일 헌법재판소에 김영란법의 위헌 여부를 가려 달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내기로 했다. 변협은 성명서를 통해 “규율 대상을 자의적으로 선택해 민간 언론을 법률 적용 대상에 포함하고 부정청탁 개념을 모호하게 설정함으로써 검찰과 법원에 지나치게 넓은 판단권을 제공한 것은 평등 및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민간 영역인 언론사 종사자를 포함한 것은 과잉입법이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다”며 “이대로 시행되면 언론 자유가 침해되고 경찰과 검찰이 ‘언론 길들이기’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을 심히 우려한다”고 강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도 성명을 내고 김영란법이 비판적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보완입법을 촉구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김영란법을 제출한 국민권익위 이성보 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제기된 사항과 시행에 필요한 제반 사항들을 꼼꼼히 살펴 법이 조기에 정착되도록 만전의 준비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남상훈·김민순 기자 nsh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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