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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단체 눈치만…금배지는 염치없는 '표 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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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3-04 19:02:14 수정 : 2015-03-04 22:5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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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제외는 형평성 위배 지적…‘어린이집 CCTV 설치’ 로비로 무산… 본인엔 관대, 남에겐 가혹 ‘이중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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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찌질한 모습이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여야가 벌써 표심(票心)의 향방을 의식해 국민의 복리 증진을 외면한 채 이익단체의 눈치만 보고 있어서다.

여야가 3일 의기투합해 졸속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의 적용 대상에는 시민단체가 제외됐다. 시민단체가 공익적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 개선을 제안하는 경우는 제재 대상에서 배제한 것이다.

시민단체가 정부에 압력을 행사하고 부정청탁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도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여야가 공적 영향력이 큰 시민단체의 면책에만 공들였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4일 “최근 한 시민단체 대표는 론스타 측에서 거액의 뒷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된 사례가 있는데, 정치인들이 이런 사실을 애써 외면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쓴소리를 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운데)가 4일 위헌 시비가 거센 김영란법 통과와 영유아보육법 부결에 대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남제현 기자
영유아보육법 개정안과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은 이익단체의 로비에 흔들려 2월 임시국회 처리가 무산됐다.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어린이집 폐쇄회로 TV(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전날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은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조직적인 입법 반대 로비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담뱃갑에 흡연경고 그림을 넣는 것을 핵심으로 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도 담배업체 및 지역 담배농가의 입법 반대에 부딪혀 좌초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날 “이익단체들의 로비가 도를 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국회의원들이 이에 동조해 고유 권한인 입법권 행사를 포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본인에겐 한없이 관대하고 남에겐 가혹한 정치인의 ‘이중적 잣대’도 비판을 받고 있다. 김영란법 속에 자신들의 이익을 좇고 빠져나갈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뒀기 때문이다. 법에 따르면 국회의원들은 후원금 모금과 출판기념회를 통해 지역 정치인·기업인 또는 상임위 소속 기관·기업 등으로부터 고액의 금품을 받을 수 있다. 또 정치인들은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례,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경조사비·선물 등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가격 범위 내에서 제공이 가능하다. 선출직 공직자가 공익적 목적으로 고충민원을 전달하거나 법이나 제도 개선에 대해 제안·건의하는 것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치권이 이 같은 예외조항을 만들고 법 적용 시기를 내년 10월로 늦춘 데는 다분히 내년 총선에서 운신 폭을 넓히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표의 논리에 갇힌 금배지들은 나라 곳간을 축내는 염치없는 ‘표 도둑’일 뿐이다.

남상훈 정치부 기자  nsh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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