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야가 3일 의기투합해 졸속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의 적용 대상에는 시민단체가 제외됐다. 시민단체가 공익적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 개선을 제안하는 경우는 제재 대상에서 배제한 것이다.
시민단체가 정부에 압력을 행사하고 부정청탁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도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여야가 공적 영향력이 큰 시민단체의 면책에만 공들였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4일 “최근 한 시민단체 대표는 론스타 측에서 거액의 뒷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된 사례가 있는데, 정치인들이 이런 사실을 애써 외면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쓴소리를 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운데)가 4일 위헌 시비가 거센 김영란법 통과와 영유아보육법 부결에 대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남제현 기자 |
정치권 관계자는 이날 “이익단체들의 로비가 도를 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국회의원들이 이에 동조해 고유 권한인 입법권 행사를 포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정치권이 이 같은 예외조항을 만들고 법 적용 시기를 내년 10월로 늦춘 데는 다분히 내년 총선에서 운신 폭을 넓히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표의 논리에 갇힌 금배지들은 나라 곳간을 축내는 염치없는 ‘표 도둑’일 뿐이다.
남상훈 정치부 기자 nsh21@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