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집 중 하나인 식당에서 해산물 샐러드는 꼭 먹는다. |
장묘문화를 보면 그 나라의 깊은 사상과 문화, 그리고 지리를 알 수 있다. 티베트에서 ‘조장(鳥葬)’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땅이 척박해 묻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인도에서는 ‘수장(水葬)’을 한다. 동양에서는 좋은 묫자리를 찾아 안치하는가 하면 서양에서는 건물에 안치하는 일도 있다. 도미니카공화국은 특별히 종교가 강한 나라는 아니지만 대부분 사람이 성당을 다닌다. 그래선지 무덤에는 십자가가 있다. 관이 땅 위에 있는 까닭 중 하나는 기후다. 태풍이 많은 섬나라라는 점을 보면 이유를 유추할 수 있다. 건물에 안치하는 경우도 많다.
점심시간을 이렇게 보내고 저녁에는 와인을 마시던 소나콜로니알로 향했다. 스페인 와인을 많이 수입하는 도미니카공화국은 맛있는 와인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따로 요리를 시키지 않고 와인이나 칵테일, 맥주만 시켜도 되는 집이다. 플라멩코 공연이 있는 날이면 작은 야외 무대에 불이 켜진다. 전문 댄서가 아닌, 낮에는 다른 직업이 있고 그저 춤을 잘 추는 사람들이 하는 공연이다. 코코넛 껍데기로 만든 캐스터네츠 소리에 맞춰 절도 있는 춤을 선보인다. 신기해서 따라해봤는데, 생각보다 어려운 구조다. 우리네 초등학교 때 쓰던 캐스터네츠와 달리 연결된 끈을 이용해 강약을 조절해야 한다.
여행 마무리를 위해 무작정 길을 걸었다. |
그리고 이제는 친구가 된 시가(cigar·담배) 가게를 찾아갔다. 언제든 와서 놀다 가라고 하는 주인은 나이 든 할아버지다. 그는 나를 ‘아미가(amiga·친구)’라고 부르며 스페인어도 많이 가르쳐줬다. 같이 시가를 한 대 피우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내가 특히 좋아한 것은 그가 직접 담근 술이다. 나뭇가지에 꿀과 럼주를 넣어 만든 ‘마마 후아나’를 얼마든지 제공해줬다. 마마 후아나는 달달하지만 도수가 꽤 높은 술이다. 어떤 술이든 많이 마시면 취하겠지만, 특히 마마 후아나는 달아서 취하는지 모르고 마시다 어느 순간 취하게 된다. 그에게 “이제는 떠난다”고 말했을 때 그가 들려준 답이 기억에 남는다. 아무렇지도 않게 “언제 올 거야?”라고 반문해 내가 멀리 떠나는 게 아니라, 언젠가는 다시 이곳에 돌아올 것 같은 여운을 남겼다.
맑은 하늘과 색색이 칠해진 건물이 조화롭다. |
동네 사람들에게도 인사를 하러 갔다. 한국으로 돌아간다니까 옆 동네 놀러 가는 사람 취급한다. 내가 다시 올 거라는 걸 아는지, 아니면 떠나는 사람에 대한 아쉬움인지 모르겠다. 그런 인사 덕분에 내 마음도 훨씬 가벼워진다. 집을 정리하고, 물건을 정리하는 데만 며칠이 걸렸다. 필요한 걸 한두 개씩 사다 보니 살림살이가 늘었고, 내 배낭은 무거워져만 갔다. 하지만 언제나 내 배낭은 내가 짊어질 수 있을 만큼만 담는다. 행여 짐이 늘면 필요 없는 것만 빼면 그만이다. 내 삶의 무게도 내가 짊어질 수 있을 만큼만 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요 없는 것을 버릴 줄 알아야 한다. 때로는 나눠주기도 하고, 때로는 자연으로 돌려보낼 필요도 있다. 그래야만 새로운 걸 담을 수 있을 테니까.
강주미 여행작가 grimi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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