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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전쟁 같은 사랑'도… 바다는 품으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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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3-05 17:44:30 수정 : 2015-03-05 17:4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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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려수도 최고 전망대 통영 미륵산…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눈에 담고 마음에 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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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레 살바토레스 감독의 이탈리아 영화 ‘지중해’에서 전쟁 중 이름 모를 섬에 표류한 해군 병사들은 외부 세계의 전쟁을 잊고 자신들만의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다. 끝없이 이어지는 망망대해가 아닌 산과 섬으로 둘러싸인 포근하고 안락한 공간에서 악다구니 같은 인간사를 잊어가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면 한려수도가 손꼽힌다. 거대한 바다를 마주한 공간이 아니라 땅과 인간이 바다를 끌어안은 듯한 지세, 시간이 멈춘 듯한 안락함 속에서 전쟁 같은 도시생활에 찌든 때를 벗긴다.

통영의 미륵산은 이런 한려수도 풍광을 한눈에 만날 수 있는 명산이다. 미륵산은 통영 미륵도의 중앙에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통영시 봉평동과 미수동, 산양읍에 속한다. 다른 이름은 용화산이다. 56억7000만년 후 이 세상에 나타나 중생을 제도해줄 미래 부처인 미륵이 용화수 아래에서 삼회설법으로 모든 중생을 제도한다는 불교설화에서 유래했다. 불교와 깊은 관련이 있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산에는 선덕여왕 시대 창건된 고찰 용화사와 미래사, 관음암, 도솔암 등 사찰이 자리 잡고 있다. 

미륵산 정상의 표지.
미륵산은 높이 461m로 그리 높지 않은 산이다. 1000m를 훌쩍 넘는 다른 명산에 비하면 소박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산림청에서 선정한 한국의 100대 명산에 포함됐다. 한려수도를 마주한 수려한 경관이 인정받은 덕분이다. 높지 않은 산이기에 정상까지 오르기도 어렵지 않다.

미륵산 기슭에 위치한 미래사까지 자동차를 이용해 이동한 뒤 산행에 나서면 된다. 걸음을 재촉하면 채 30분이 안 걸린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시내버스 종점인 용화사 광장에서 도보로 1시간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어느 쪽 코스를 선택해도 부담스럽지 않다. 등산로가 평탄하고 어려운 코스는 나무데크로 잘 정비돼 있다. 등산마니아가 아니더라도 가벼운 산책을 겸해 가족과 함께 오를 만하다. 편안함이 미덕인 한려수도처럼 미륵산도 까탈스럽지 않게 객들을 받아들인다.

미륵산 정상 인근까지 왕복하는 케이블카. 바다 위를 날아가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더 빨리 정상에 이를 수 있다. 미륵산에 설치된 케이블카는 길이 1917m로 국내에서 가장 길다. 10분가량 케이블카를 타면 정상 바로 밑에 도착한다. 여기서 다시 10분 남짓 가면 정상이다. 미륵산 케이블카는 바다 위를 날아가는 듯한 아슬아슬함으로 2007년 운행을 개시한 이래 통영의 명물로 떠올랐다. 

통영 미륵산은 한려수도 풍광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명소다. 케이블카를 이용하거나 미래사 인근 등산로를 따라 30여분을 오르면 많은 섬들이 바다와 어우러진 장관을 만난다.
이처럼 쉽게 손에 쥘 수 있는 것이 미륵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한려수도의 풍광이다. 하지만 그 가치는 결코 가볍지 않다. 정상에 오르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풍광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으로 널리 알려진 한산도를 비롯해 비산도, 비진도, 매물도, 소매물도, 장사도 등 저마다의 매력과 이야기를 지닌 섬들이 마치 병풍처럼 바다를 둘러싸고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대마도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미륵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통영시내 전경. 도시 한가운데 바다를 품고 있는 통영의 독특한 면모를 볼 수 있다.
반대쪽을 바라보면 통영 시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통영은 여느 항구 도시와 달리 바다가 도시를 감싸고 있는 형세다. 해안도시의 억센 이미지보다 지중해 마을의 포근한 정취가 더 느껴지는 통영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왜 이 도시를 ‘한국의 나폴리’라고 부르는지 알 수 있다.

봄의 기운을 미리 느낄 수 있는 동백꽃. 봄을 알리는 또 다른 손님인 매화도 이제 막 기지개를 켜려 한다.
미륵산 정상에서 내려온 뒤에는 인근 ‘달아공원’을 가볼 만하다. 미래사에서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산양일주도로를 자동차로 20분 남짓 달리면 닿을 수 있다. 이곳은 미륵산 정상과 함께 통영에서 한려수도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장소로 꼽힌다. ‘달아’라는 이름은 이곳 지형이 코끼리 어금니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는데 통영 토박이들은 ‘달애’라고도 한다. 이곳의 낙조는 절경이다. 지는 해와 구름, 그리고 재도, 저도, 송도, 곤리도 등 섬의 실루엣이 어우러지는 풍경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일몰 때까지 시간이 많이 남는다면 달아공원에 이웃한 통영수산과학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 바다와 관련된 다양한 전시물로 아이들은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바다를 바라보는 풍경 좋은 언덕에 자리해 어른들에게는 산책공간으로 더할 나위 없다.

통영=글·사진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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