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상에 덤핑 판매 30대 덜미 “어, 글자가 없네?”
울산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A 약사는 지난해 12월 약을 조제하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항진균제(곰팡이 죽이는 약) 알약에 쓰여 있어야 할 작은 글씨가 보이지 않았다. 인쇄가 누락된 불량품이라고 생각한 A씨는 공급한 도매상에 약을 반품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적발된 가짜 캡슐약(위)과 정품. 캡슐 낱알에 식별표시가 없고 라벨의 기재사항 등이 선명하지 않다. |
가짜약을 만든 박모(32)씨는 경기도 부천의 가정집에서 지난해 9∼12월 유명 제약사의 항생제와 항진균제를 위조했다. 총 18만여개의 캡슐을 만들어 의약품도매상에 약 2억8000만원어치를 팔았다. 실제 가격보다 낮게 공급하는 ‘덤핑처리’ 수법을 썼다. 박씨는 다른 사람 명의의 사업자등록증을 만들고 판매 시 가명을 사용했다. 또 중국인 명의의 대포폰을 쓰고 현금세탁을 하며 치밀하게 사기를 치다 A 약사의 반품으로 덜미가 잡혔다.
A씨는 “다행히 많이 조제돼 나가진 않았지만 어떤 환자에게 가짜약이 갔는지 뒤늦게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모르고 약을 먹었을 환자를 생각하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오송=윤지희 기자 phh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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