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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칼럼] 누가 김영란법에 毒 뿌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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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3-05 21:35:56 수정 : 2015-03-05 21:3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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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정화 바라는 국민 열망 어긋나게 ‘무늬만 옥동자’된 法
물귀신 작태의 책임, 2016년 총선서 응징하자
3일 국회에서 태어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은 누가 뭐래도 옥동자다. 공직사회 일각의 갑질과 탈선에 지친 국민 다수가 열망해 왔다. 여론조사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리얼미터 집계를 보면 법 통과를 잘된 것으로 본다는 답변이 64%다. 압도적이다.

환호만 할 수는 없다. ‘무늬만 옥동자’인 탓이다. 기형 신생아를 놓고 동네잔치를 벌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유예기간 1년6개월을 넘기면 예쁜 짓을 할 것이라고? 김영란법 원안과 국회 본회의안이 어찌 다른지 분간하지 못하니 꿈을 꾸게 되는 것이다. 사람 구실을 할지조차 의문이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어제 헌법재판소에 낸 위헌확인 헌법소원에도 우려와 탄식이 실려 있다.

이승현 논설위원
국회 기류 또한 혼미하다. ‘수정·보완’ 주장이 줄줄이 나온다. 김영란법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의 여야 간사는 어제 이해충돌 부분을 포함하는 법 개정 작업을 추진키로 실무 합의했다고 한다. 기형 출생의 후폭풍이 거세다는 뜻이다. 김영란법은 공직사회 정화라는 대의를 갖는다. 그 옥동자가 왜 이런 처지에 내몰린 것인가.

전체 맥락을 꿰뚫는 키워드가 있다. ‘물귀신’이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물에 빠져 죽은 물귀신은 넋이 빠져 죽은 자리를 못 벗어난다. 그 자리를 벗어나려면? 다른 희생자를 만들 수밖에 없다. 김영란법에 이런 물귀신 망령을 끌어들인 대표적 집단이 있다. 정무위다. 지난해 5월 법안심사 과정을 들춰보자. 속기록에 따르면 심사는 대략 이렇게 진행됐다.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KBS·EBS뿐만 아니라 관련 언론기관은 다 포함이 돼야 되는 게 논리적으로 일관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데요.→강기정 (새정치연합) 의원=그럴 것 같은데요. 길게 논의하지 맙시다.→이상직 (새정치연합) 의원=그래요.→김용태 (새누리당) 법안심사소위 위원장=길게 논의하지 말자니 무슨 소리야?→강기정 의원=다 넣자. 종편이고 뭐고 전부. 인터넷 신문, 종이 신문도 넣고.…’

‘봉숭아 학당’ 꼴이다. 여기에 기자 연수제도를 문제 삼은 김기식 새정치연합 의원 등의 ‘활약’도 가세했다. 정무위는 그렇게 민간 영역에 있는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기관 종사자를 대상자로 포함시켰다. 굵직한 위헌 요소를 추가한 트로이의 목마였다. 이 목마가 결국 국회 관문을 넘었다. 물귀신의 개선행진이었다.

여야는 물귀신 작태로 뭘 챙겼을까. 회심의 미소가 번질 대목이다. 황당한 범위에 눈길이 모이는 틈을 타 여야는 시행 유예기간을 늘려 19대 국회에 면죄부를 부여했다. ‘이해충돌 방지’ 규정을 제거하는 성과도 거뒀다. 법의 대들보를 뺀 것이다. 비록 여론 비판에 밀려 어제 정무위 차원에서 개정 운운하긴 했지만…. 새 법에 명시된 예외 조항도 있다. ‘선출직 공직자, 정당, 시민단체들이 공익적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 개선, 정책·사업·제도·운영 개선을 제안 건의하는 행위’다. 법망 돌파의 구멍을 크게 열어놓은 것이다. 더욱이 궁극적으로, 새 법이 위헌 도마에서 사망선고를 받을 가능성도 크니, 그 얼마나 깨소금 맛일 것인가.

점검할 것이 적어도 세 가지가 있다. 먼저, 물귀신 본색의 정무위가 법 수정·보완에 나서는 게 타당한가 하는 점이다. 여야 지도부는 정무위 명단부터 갈아야 한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기지 않게 돼 있으니까. 둘째, 김영란법이라 계속 칭해도 괜찮은가 하는 점이다. 오해의 소지가 많다. ‘물귀신법’으로 개칭해야 하지 않을까. ‘정무위법’이나 정무위원장 이름을 따서 ‘정우택법’이라 하든지. 아니면 ‘김용태·강기정법’이라 하거나.

가장 중요하게, 물귀신 응징 문제가 남는다. 최신판 참고자료가 있다. 어린이집 폐쇄회로TV 설치를 담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의 2월 국회 처리가 무산되자 뿔 난 엄마들이 반대표 의원 42명을 대상으로 ‘총선 심판’ 운동을 벌인다고 한다. ‘무늬만 옥동자’ 사건 책임도 이렇게 추궁하면 어떨까. 정무위의 누가 독을 뿌리면서 저주를 퍼부었는지는 묵은 신문만 잘 찾아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이승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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