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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노인 공경을 사회적 미덕으로 여긴다. 동양 문화의 전통이다. ‘맹자’에는 “내 집 노인을 공경하듯이 남의 집 노인을 공경하고 내 아이를 사랑하듯이 남의 아이를 사랑하면 천하가 내 손바닥 위에서 움직인다”는 구절이 있다.

한국과 중국의 현군(賢君)은 노인 공경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세종은 양로(養老) 정치를 펼쳤다. 80세 이상 노인에게 양로연(養老宴)을 베풀고 90세 이상 노인에게 관직을 제수했다. 승정원이 양로연에 천한 자는 나오지 말게 하자고 건의하자, “양로하는 까닭은 노인됨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고 그 높고 낮음을 헤아리는 것이 아니니, 지극히 천한 사람이라도 모두 들어와서 즐기게 하라”고 했다고 ‘세종실록’은 전한다. 청나라 전성기를 연 강희제는 60세 생일날 베이징의 노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고 “예부터 노인을 공양하고 현능한 자를 존경하는 것을 으뜸으로 함으로써 사람마다 효도와 공경을 알도록 하는 것을 미풍양속이라 했다”며 이 뜻을 널리 알리라고 당부했다.

오늘날에는 노인 문제가 사회 현안이 됐다. 인간의 기대수명이 늘면서 인구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15∼64세) 100명당 부양할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975년 5.95명에서 올해 18.12명으로 늘고 2060년에는 77.16명에 달하게 된다고 한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의 진료비 총액 중 3분의 1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에게 쓰였다. 노인이 사회의 부담이 되는 세상이다.

노인 공경 의식이 무뎌질까 걱정된다. 노인 문제를 경제적 부담으로 연결시키는 세태가 그 징후일지 모른다. 노인에게는 물질보다 관심이 필요하다. 노인은 다른 무엇보다 자녀의 효성과 형제간 우애로 화목한 가정이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그래야 삶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4일 주례미사에서 노인 공경이 사라져 가는 사회 풍조를 개탄했다. 교황은 “노인에 대한 관심은 문명화 정도의 차이를 보여 주는 것”이라며 “노인들이 공경 받지 못하는 곳에서는 젊은이들의 미래도 없다”고 단언했다.

노인을 경험과 지혜의 메신저로 여기는 유대인 사회에는 이런 격언이 있다. “늙은이는 자신이 두 번 다시 젊어질 수 없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젊은이는 자신이 늙는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산다.” 우리 사회의 젊은이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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