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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국민 99.6% "정치인 비도덕적"

입력 : 2015-03-06 10:53:45 수정 : 2015-03-06 11:2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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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대한민국 사회에서도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있을까요? 가진 자들의 도덕성과 사회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용어의 익숙함과는 달리 한국사회에서는 피부에 잘 와닿지 않는 개념입니다. 오히려 정치인과 재벌들은 무소불위의 권력과 부를 앞세운 '슈퍼 갑(甲)'이라는 인식이 강할 뿐입니다. 반면 중산층은 붕괴되고 사회적 약자들은 더욱 고통을 받으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더욱 커지고 있는데요. 이럴 때일수록 사회공동체의 차원에서 가진 자들의 연대의식이 더 필요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국민(소비자) 없이는 그들의 권력도, 막대한 부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대중들이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또 상류층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등 소비자들의 다양한 생각들을 살펴 봤습니다.

국민 대부분은 우리사회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제대로 실천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상류층의 도덕성 역시 '낙제점'으로 평가하고 있었으며, 이는 자기네들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 여기고 있었다.

6일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노블리스 오블리주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국사회에서 잘 실천되고 있다고 바라보는 시각은 단 3.9%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권력층에 속한 사람들이 사회적 책임은 다하지 않고 기득권을 지키는 데만 급급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것으로,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실천이 잘 되지 않고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는 무려 76.6%에 이르렀다.

한국의 상류층에 대한 도덕성 평가에서도 이들의 점수는 사실상 낙제점에 가까웠다. 우선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 얼마나 도덕적인가를 묻는 질문에 도덕적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은 단 0.4%뿐이었다. 마찬가지로 ▲재벌 대기업 임원·재벌가 사람들(0.7%) ▲고위 공무원 및 관료(0.9%) ▲법조인(3.7%) ▲연예계 종사자(6.7%) ▲언론인(8.8%) ▲의사·교수 등 전문가(11.3%)도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어, 대부분 사람들의 눈에 비치는 한국사회의 상류층은 도덕성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집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국사회의 노블리스 오블리주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평가에서도 상류층에 대한 평가는 매우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상류층이 자신의 사회적 의무를 다하고 있다는 시각은 단 2.3%였으며, 사회에서 누리는 만큼 의무를 다하는 훌륭한 상류층들이 많다는 데 동의하는 의견도 7.8%에 불과했다.

반면 우리나라 상류층들은 법을 위반하는 경우에만 사회적 기부를 약속한다는 인식이 67.7%에 이르고 있어, 우리사회에서는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자발적으로 이뤄지기보다 그저 ‘면피용’에 머무는 수준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남성과 고연령층의 이런 생각이 큰 편이었다.

상류층이 가진 ‘부(富)’의 형성과정과 대물림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상당했다. 한국사회 상류층의 부의 축적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고작 1.3%에 불과했다. 전체 77.1%는 우리나라 상류층들이 대부분 부모의 부와 명예를 물려 받아 성공한 사람들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와 함께 상류층이 자신들의 노력으로 성공한 사람들이라는 데 공감하는 응답자는 전체 10명 중 1명(9.7%) 뿐이었다. 당연하게도 자신의 노력으로 성공했기 때문에 사회에 기여하지 않아도 된다고 바라보는 시각(3.7%)은 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의 노력으로 형성된 재산이기 때문에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에도 18.6%만이 동의하고 있어, 재벌가들을 중심으로 부의 대물림이 당연하게 이뤄지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엿볼 수 있었다.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실현을 위한 적절한 실천방법으로는 투명한 납세(86.5%·중복응답)를 꼽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최근 연말정산 파동과 증세문제로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모든 연령대가 기득권층의 공평하고 투명한 납세를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가장 적절한 실천방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최근 이른바 ‘갑질’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이슈가 되었던 소위 ‘땅콩 회항’ 사건과 관련해서는 거의 대부분(98%)이 잘 인지하고 있는 가운데, 사건에 대한 법적 처벌이 상당히 미흡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53.5%는 ‘땅콩회항’ 사건의 법적 처벌수준에 대해 상당히 부족한 판결이며, 더 강경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재벌3세의 ‘갑질 논란’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가 매우 큰 것으로, 특히 연령이 낮고 진보적 성형을 가질수록 처벌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이번 사건의 법적 처리과정의 엄격성에 대해서도 엄격하다는 의견(16.3%)보다는 엄격하지 못했다(54.4%)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엄격한 법 집행이 이뤄졌다는 의견은 50대(24.2%)와 보수성향(31.4%) 응답자에서 다소 많은 편이었다.

마크로밀엠브레인 관계자는 “이번과 같은 동일사건이 사회적 신뢰가 높다고 평가받는 선진국에서 일어났을 때를 가정한 질문에서는 전체 82%가 법적 처리과정이 엄격하게 이뤄졌을 것이라고 평가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리나라 사법부에 대한 평가와는 대조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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