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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불출가이성교어국(不出家而成敎於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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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3-06 20:32:27 수정 : 2015-03-06 22: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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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자기야, 닭이 울었어(女曰계?鳴).”

남편:“음, 아직 해는 안 떠 어둡네(士曰昧旦).”

아내:“자기야, 그만 일어나 봐. 새벽 계명성은 훤하고 새들이 퍼덕이기 시작했어(子興視夜 明星有爛 將?將翔).”

‘시경’에 소개돼 있는 2500여 년 전 신혼부부의 모습이다. 오늘 감상해보아도 신혼부부 특유의 풋풋함이 진하게 배어 있음을 알게 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청춘남녀의 모습을 대하기기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말이 있듯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은 진정으로 아프기에 그렇다. 아파도 너무 아픈 게 문제다.

2030의 아픔은 ‘삼포(三抛)세대’라는 말로 상징된다. 경제적 여유가 없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를 말한다. 포기라는 말에 함축돼 있듯 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느낌을 준다. 젊은이들의 특권은 도전임이 분명한데 포기라는 말처럼 자조적이고 무기력한 말은 없는 것 같다. 특히 ‘삼포’ 중에서도 인생의 중대한 결정인 결혼을 제때 하지 못한다는 것은 개인과 가정의 아픔을 넘어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국가적 비극이기도 하다.

설상가상 결혼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여기는 국민이 4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최근 사회조사 결과다. 결혼은 포기해야 할 성격의 것이 아니다. 결혼은 독립적인 존재로 이 땅에 태어난 남녀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불완전함을 극복해 완전해지는 하나의 의례다. 그리고 부모에게 받은 사랑을 결혼을 통해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양육하며 실천하는 과정이다.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기도 하다.

사회의 최소공동체인 가정을 이뤄야만 더 큰 가정인 ‘국가(國家)’도 존립할 수 있다. 각 가정이 제대로 서면 국가 경영도 바르게 되는 이치다. 그래서 ‘대학’은 “집 밖에서 배우지 않고 가정에서의 가르침만으로도 나라를 이룬다(不出家而成敎於國)”라고 했지 않는가.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不出家而成敎於國 : ‘가정에서의 가르침만으로도 나라를 이룬다’는 뜻.

不 아니 불, 出 나갈 출, 家 집 가, 而 말 이을 이, 成 이룰 성, 敎 가르칠 교, 於 어조사 어, 國 나라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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