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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칼럼] 한반도 티핑포인트 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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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3-09 00:03:03 수정 : 2015-03-09 00:2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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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국가안보전략 수립해야
北 핵도발·체제 붕괴 위기감 확산
한반도의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지만 5년 이내에 두 개의 큰 흐름이 한반도를 강타할 가능성이 크다.

첫 번째 소용돌이는 날로 강화되고 있는 북한의 핵무기 능력이다. 북한은 이미 10∼12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의 핵무기 보유국이다. 그리고 최근에 발표된 존스홉킨스대학교 연구소 보고서에 의하면 최악의 경우 북한은 2020년까지 약 100개의 핵탄두를 생산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핵탄두 소량화에 성공하면 남한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노동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아직은 초기단계지만 잠수함발사탄도 미사일개발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북한의 목적은 간단하다. 핵 능력을 강화해서 남한 전역을 언제든지 핵무기로 공격할 능력을 완비하는 것이다. 반면 우리 군은 북한 전역을 초토화할 수 있는 무기가 아직 없다. 사정거리 800㎞까지의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문이 열렸지만 신형 지대지 미사일은 현재 겨우 개발단계에 머물러 있고 차세대 순항 미사일도 본격적으로 실전 배치될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중심으로 대북억제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유지할 경우 북한의 다양한 도발을 사전에 막을 수 있고 유사시에는 전면전까지 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본격적인 핵무기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선제공격까지 강행할 수 있는 제반의 군사능력을 키워야 하며 보다 독자적인 전쟁수행능력과 작전능력을 지금과 확연하게 다른 방법으로 강화해야 한다. 우리의 비핵원칙을 계속 유지하되 북한이 두려워할 수 있는 수준의 대북공세 전력과 정보력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두 번째 소용돌이는 북한 내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반정부저항과 가장 공포적인 독재정권에 대한 반감의 확산이다. 물론 김정은 체제하에서 북한 국민이 조직적인 반정부·반당 활동을 전개한다는 자체를 상상하기 힘들며 무력시위는 더욱더 그렇다. 하지만 인류역사의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모든 독재체제는 궁극적으로 망한다는 것이며 북한의 김정은도 예외일 수 없다. 루마니아를 30년 동안 통치했던 차우셰스쿠는 그의 부인과 함께 1989년 12월 25일 즉결군사심판 이후 총살됐다. 거의 30년 동안 리비아 국민을 억압한 무아마르 카다피는 시민군에 체포된 후 사살됐다. 캄보디아의 폴포트 크메르 루주(붉은 크메르) 공산당 지도자는 150만∼200만명의 자국민을 학살한 후 베트남의 군사공격으로 축출됐다. 4년 전부터 전개돼온 시리아 내전에서 이미 45만명의 시리아 국민이 죽었으며 아사드 대통령의 최후도 매우 비극적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이정민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국제안보학
그렇다면 북한은 어떠한 경로로 변화할 것인가. 명확하게 예측할 수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북한의 전체주의체제를 가능케 하고 있는 ‘공포의 균형’(balance of fear)이 본격적으로 약화될 때, 그리고 더 많은 북한 국민이 더 이상 그들의 자손들에게 ‘공포의 유산’(legacy of fear)을 넘겨줄 수 없다고 판단할 때 북한의 폭군정치는 막을 내릴 것이다.

리비아의 내전이 진행되고 있을 때 영국 BBC방송 기자가 한 평범한 리비아 여성에게 “당신은 왜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게 됐나요”라고 묻자 그 여인은 “왜냐하면 우리 아이에게 더 이상 공포의 유산을 넘겨주면 안 되겠다고 결심해서 시위현장에 나왔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한반도의 대변혁은 이미 시작됐고 우리는 이와 같은 두 개의 역사적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맞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럴 경우 더 이상 형식적이고 관료주의적인 형태의 위기관리 대응전략은 필요 없다. 앞서 지적한 최악의 상황들을 전제로 한 국가안보체제의 종합적이고 초당적인 점검을 최우선적으로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주 사용한 가장 기초적인 안보개념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는 해에 ‘有備無患 2.0’으로 한층 개선된 국가안보 시스템의 구축을 한번 기대해 본다.

이정민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국제안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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