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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방색 종이꽃으로 푸는 여인의 한

입력 : 2015-03-17 20:28:55 수정 : 2015-03-17 20:2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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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미 개인전 ‘여성성에 바치는 헌사 4’ “질기면서도 포용력이 있는 한지에서 우리네 여인을 보았다. 한지는 내게 어머니의 삶을 들여다보는 창이 됐다. 나를 역사속 여인으로까지 이끌고 갔다.”

30여년간 한지 콜라주와 전통채색 작업으로 나름의 입지를 굳힌 정종미(58·고려대 디자인조형학부 교수) 작가가 깨달은 ‘한지의 DNA’다. 1994년 미국 뉴욕에 머물 때 그는 종이공방에서 세계 여러 나라의 종이를 접하면서 비로소 한지의 진면목을 제대로 알게 됐다. 4월 12일까지 고려대 박물관에서 열리는 그의 개인전 ‘여성성에 바치는 헌사 4―여성을 위한 진혼곡’은 ‘한지 여인’을 갈무리해 볼 기회다. 

전통채색과 한지부조를 조화시킨 작품 ‘She’.
천연 염색한 종이와 천을 붙여 여인을 표현한 부조 작품인 ‘종이부인’ 시리즈, 고려 불화 도상에 한국 여인의 얼굴을 조합한 ‘오색 보살’ 시리즈 등 대표작 80여점이 나왔다. 전통채색화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작가는 감, 도토리, 치자 등을 천연염료로 사용하고 콩즙을 코팅제로 이용한다.

“종이 재료를 연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려불화 등 고화기법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자연채색은 사람을 굉장히 편안하게 해준다. 은근하게 품어준다는 점에서 한지와 비슷하다. 화학적 인공발색은 자극적이고 충동적이다. 자연색을 도자기에 견주한다면 인공색은 플라스틱에 비유할 수 있다.”

그는 자연적인 전통채색과 한지에서 힐링이 됐다고 말한다. 명성황후, 허난설헌, 논개부터 어머니까지 한국 여인의 한풀이에 한지부조와 전통채색을 동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때론 내가 무당이 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천연채색 오방색 한지로 살풀이춤을 추는 여인이다.”

그는 여인들의 억울한 영혼을 달래기 위한 진혼곡을 쓰기 위해 천과 씨름하며 바느질도 하고, 염색을 반복하는 작업 과정도 감내하고 있다. 대구의 의사 집 딸로 태어나 서울대 미대를 나왔고, 변호사 남편을 둔 그가 ‘여성의 한’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가 뭘까.

“아버지가 참 많은 여인을 사랑하셨다. 모든 걸 인내하신 어머니는 내게 성모이자 부처였다. 가족에게조차 버림받아 우리 집에 머물며 나를 돌보던 위안부 할머니도 계셨다. 결혼 후 극심한 고부 갈등을 겪으며 이 같은 여인네들의 한을 불러내기 시각한 것이 내 작업의 시작이다.” 사실상 그의 한지 채색작업이 치유의 굿판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얘기다. (02)3290-1514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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