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9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화살통 |
바둑돌 상자 |
‘화각(華角)’으로 만든 붓 |
나전 특유의 영롱한 빛에 눈길을 먼저 두게 되는 전시회다. 거기에 짙은 갈색 빛 몸체가 어우러지며 중후한 기품까지 뽐내는 작품들을 모았다.
19세기 제작된 옷상자 |
나전의 화려함은 역시 여성용품과 궁합이 맞는다. 전시회에서는 여러 점의 경대(鏡臺)가 출품됐다. 경대는 거울과 서랍으로 구성됐는데 상단부를 들어 올리면 거울이 나오고, 서랍에는 빗, 화장품, 뒤꽂이 등의 장신구를 보관했다. ‘나전해포화문경대’는 하단 서랍 중간에 장식된 대나무 이파리 장식이 시원하고, 바다의 파도에서 일어나는 포말을 형상화한 ‘해포(海泡)’ 무늬는 화려함을 더한다.
나전귀갑산수문이층농 |
특유의 제작방식을 알고보면 나전의 화려함을 이채롭게 감상할 수 있다. 자개를 조각내 새기는 타찰기법, 끊음질기법이 그것이다. 타찰기법은 휘어진 상태의 자개를 망치로 때려 표면에 새기는 것이고, 끊음질기법은 곡선을 표현할 때 짧게 끊어가며 새기는 방식이다. 조각난 자개가 만들어내는 균열의 양상이 나전을 세심하게 감상하는 한 포인트이고, 조명을 받았을 때 자개 조각 각각은 다양한 각도의 빛을 연출해 낸다.
전시회에서는 바다거북 등딱지와 상어 가죽을 사용해 장식하는 대모(玳瑁)와 어피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두 가지 재료는 단독으로 사용되기보다 나전 장식 보조로 활용되었다. 대모용으로 쓰인 거북은 아열대 바다에 서식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잘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쓰임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19세기 작품인 ‘대모상자’는 뚜껑과 몸체 전체를 비교적 두꺼운 대모를 입혀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색적이다.
대모를 삼각형으로 만들어 잇대었고, 구리선을 활용해 대모 사이를 구분했다. 면 분할이 간결하고 대모의 색과 문양이 어우러져 추상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소뿔을 얇게 켜 다양한 문양을 화려하게 채색한 화각은 부드럽고 화사한 분위기를 자아내 여성용품에 애용되었다.
박물관 관계자는 “나전은 고려와 조선 시대 전반에 걸쳐 유행하였는데 18, 19세기에 이르면 사용 계층의 확대와 더불어 장식기법이 도안 무늬에서 사군자, 민화 등에서 소재를 차용한 회화 무늬까지 다채로워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시 유물을 통해 조선 후기 화려하게 꽃피운 공예품의 다양한 세계를 한눈에 조망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6월30일까지 서울 강남구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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