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국립발레단 ‘지젤’은 낭만발레의 특징을 충실히 표현했다. 국립발레단 제공 |
◆낭만발레의 최고봉 ‘지젤’
‘지젤’은 1841년 파리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됐다. 당시 낭만발레는 고달픈 현실에서 벗어나 환상의 세계로 도피하려는 욕구를 반영했다. 서정적·몽환적 분위기에 중력에서 해방된 듯한 몸짓을 추구했다. ‘지젤’에는 낭만발레의 이런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과거 볼쇼이 발레단 스타일을 공연했던 국립발레단은 2011년 파리오페라발레단 부예술감독인 파트리스 바르 버전의 ‘지젤’을 도입했다. 이 버전은 19세기 낭만발레의 특징을 되살려냈다. 무대 역시 19세기 낭만주의 화풍을 충실히 표현했다.
‘지젤’에서 윌리들이 하얀 튀튀(발레 의상)를 나풀거리며 추는 신비로운 군무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윌리는 결혼 전에 죽은 처녀들의 영혼을 말한다. 주역 발레리나의 연기도 눈여겨봐야 한다. 1막에서 지젤을 연기하는 발레리나는 춤 추기 좋아하는 순박한 시골 처녀로 분한다. 신분을 숨긴 귀족 알브레히트와 사랑에 빠지지만 곧 배신당하고 미쳐서 숨지는 가련하고 극적인 여성을 소화해야 한다.
2막에서는 윌리가 된다. 겉보기에는 싸늘한 영혼이지만 마음 속에 숭고한 사랑을 간직한 모습을 표현해야 한다. 이번 공연의 지젤은 김지영, 이은원, 박슬기가 맡았다. 연인인 알브레히트는 김현웅, 이재우, 이영철이 연기한다. 오케스트라 지휘는 지난해 ‘라 바야데르’로 국립발레단과 호흡을 맞춘 주디스 얀이 맡는다. 캐나다 궬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이다. 5000∼8만원. (02)587-6181
◆파격적 현대무용 ‘비극’
성남아트센터는 올해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 무용단 발레 뒤 노르의 ‘비극’을 공연한다. 안무가 올리비에 뒤부아가 니체의 ‘비극의 탄생’에서 철학적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 이 작품에는 남성 무용수 9명, 여성 9명이 나체로 등장한다. 무용수들의 나이는 22∼51세이며 체형도 다양하다. ‘비극’은 춤을 통해 사회·정치적 속박에서 벗어나 사람들 사이 공통의 인간성을 재발견한다.
사진=올리비에 뒤부아의 ‘비극’은 성남아트센터 개관 10주년 작품으로 나체 무용수들을 통해 다양한 인간군상을 표현한다. 성남아트센터 제공 |
올해 43세인 뒤부아는 중국학을 공부하다 23세 때 무용으로 진로를 바꾼 이색 이력의 소유자다. 170㎝가 안 되는 키에 80㎏이 넘는 몸무게로 젊은 시절에도 비슷한 체형이었다. 2007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지상의 모든 금을 위하여’로 처음 내한했으며 이후 2008년 ‘목신의 오후’, 2011년 ‘프랑크 시나트라의 음악과 사랑’으로 다시 한국 관객과 만났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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