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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시간 근로자 120만명… 일자리 질 악화

입력 : 2015-03-23 20:16:29 수정 : 2015-03-24 15: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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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2014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 #1. 인천의 한 중학교에서 방과 후 교사로 일하고 있는 A(27·여)씨의 한 달 수입은 50만원 수준이다. 대학 졸업 후 집에서 용돈을 받아쓰며 임용고시를 준비하다가 이번 학기부터는 어렵게 방과후교실 자리를 구했다. A씨가 일하는 시간은 일주일에 4시간, 한 달 일하는 시간을 더해봐야 20시간이 되지 않는다.

#2. 40대 여성 B씨는 지난해부터 간병인으로 일하고 있다. 하루에 4시간가량 일하고 7만원을 받는다. 하지만 고정된 수입이 아니다. 병원에서 연락이 올 때만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B씨의 수입은 들쑥날쑥하다. 규칙적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지만, 나이에 맞는 마땅한 곳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일주일에 일하는 시간이 18시간도 안 되는 ‘초단시간 근로자’가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117만여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 침체가 깊어지자 기업들이 임시직과 일용직 등 비정규직 채용을 늘린 탓이다. 이들은 4대보험 등 법적 보호에서 제외된 채 경제적 어려움과 고용불안에 떨고 있다.

23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주당 1∼17시간을 일한 근로자는 지난해 117만7000명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1∼2월 초단시간 근로자는 120만8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하루 평균 2∼3시간 정도 일하는 파트타임 근로자나 일주일에 2일 정도만 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증가하는 이유로 경기침체가 심화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고 지적한다.

초단시간 근로자는 1997년 33만900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1.6%에 불과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여파로 1998년에는 47만명으로 늘었다. 불과 1년 만에 38.6% 급증한 것이다. 1999년부터 소폭으로 증가하던 초단기간 근로자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또다시 급증했다.

기업들이 임시직과 일용직 등 비정규직 채용을 늘리면서 2010년 초단시간 근로자는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2011년에는 전년보다 소폭 감소했으나 2013년부터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초단시간 근로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만 33만명 가까이 증가했다.

문제는 초단시간 근로자 수가 증가하면서 4대 보험 등 법적 안전장치 바깥에 있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데 있다. 또 정규직과 차별없는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정부 의도와 달리 시간제 일자리의 질이 계속해서 나빠진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초단시간 근로자들은 주로 간병인, 초등학교 돌봄교실 전담사, 아르바이터 등으로 추정된다.

윤정혜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시간제 일자리는 양질의 정규직 형태보다는 임시·일용직에서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고령층 취업자가 증가하면서 늘어난 단시간 일자리는 질이 좋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단시간 근로자의 증가는 근로 형태가 다양해지고 선진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확대해 일·가정 양립을 가능케 하고, 이를 통한 여성 고용률 상승을 강조하고 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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