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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원칼럼] 미·중 패권다툼… 자강불식 다짐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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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3-23 21:01:05 수정 : 2015-03-23 2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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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전쟁 AIIB 합류 안 하면 ‘경제 왕따’
북핵 막을 방패 사드 배치 안 하면 미·일에 왕따
정면 돌파하고‘나라 힘’ 키워야
진퇴양난의 형세다. 미·중의 용호상박 틈에 끼어 이러기도 저러기도 쉽지 않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두고 중국이 반대하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두고 미국 눈총이 따갑다. 이렇게 꼬인 적도 드물다. 전략적 모호성? 속을 들여다보면 옹색한 현실이 드러난다. 논쟁이 또 벌어진다. 장날을 맞은 듯하다. 정부의 모호한 태도에 여당까지 공박했다. “왜 분명한 입장을 말하지 않느냐”고. 선뜻 밝힐 사안이면 벌써 말하지 않았겠는가. 갑갑한 주문이다.

‘힘없고, 논쟁만 뜨거운 나라’를 다시 보게 된다. 130여년 전 임오군란, 갑신정변을 거쳐 을미사변, 아관파천에 이른 참담한 역사가 언뜻거린다.

AIIB와 사드. ‘달라지는 세계’의 현실이 담겨 있다. 변화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

AIIB가 무엇인가. 금융패권 다툼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다.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을 주도해온 곳은 미국이다. AIIB에는 이제 판을 바꾸자는 뜻이 담겨 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8340억달러. 돈주머니가 두둑하다. 그런 중국은 작년 10월 500억달러를 투입해 이 기구를 출범시킨 뒤 자본금을 1000억달러로 늘리겠다고 한다. 1600억달러인 ADB보다 작은 규모지만 패권 다툼이 불붙으면 자본금은 불어날 수 있다. 지금은 제 편을 그러모으는 중이다. 미국은 막을 수 있을까. 둑이 허물어지고 있다.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 유럽연합(EU) 일부 회원국에 이어 영국, 호주까지 가입하겠다고 했다.

중국이 이 싸움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답이 보인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터졌을 때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에 정작 곤욕을 치른 쪽은 반미 진영 국가다. 미국이 달러화를 지원하지 않으니 돈줄은 말랐다. 러시아도 외환위기 직전까지 갔다. 오죽했으면 그해 가을 중국과 SCO 회원국 총리들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 모여 “뭉쳐야 산다”고 외쳤겠는가. AIIB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또 하나의 이유, 일본을 누르기 위한 전략이다. 일본은 ADB 실세다. 일본이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는 것도 ADB를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중·일은 으르렁댄다. 그렇다고 전쟁을 벌이겠는가. 군사적 대결은 껍데기요, 경제는 실질적인 싸움이다.

아시아를 바꾸는 변화가 일고 있다. 왕따를 면하려면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너무도 분명하다.

사드를 두고 중국은 민감하다. 그렇다고 한반도에 배치하지 않을 수 있는가. 없다. 왜 그런가. 중국이 아니더라도 북한의 위협 수단이 핵과 미사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북핵은 미·일도 겨냥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핵 공격 협박을 하니 미국은 팔짱만 끼고 있을까.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지 못하면 가까운 일본에 갖다 놓는다.

강호원 논설위원
그 결과는 무엇일까. 대한민국 안보는 구멍 나고, 한·미동맹은 금 간다. ‘가까워지는 미·일’, ‘멀어지는 한·미’가 현실화된다. 그 이후 걱정은 더 크다. 일본의 재무장과 극우노선이 불타오를 것은 빤한 일 아닌가. 사드의 정치·군사적인 함수 관계는 이렇다. 사드 배치를 반대할 수 있겠는가. “어서 배치하라”고 해도 모자랄 판이다.

중국의 사드 반대? 사드를 어디에 배치하든 중국 미사일은 포위된다는 것을 중국도 안다. 사드 반대는 한·미를 떼어놓기 위한 전술적 측면이 더 강하다. 중국은 AIIB를 중시할까, 사드를 중시할까. AIIB를 더 중시할 것 같다. 사드 배치는 필연이라는 것을 알 테니.

돌아봐야 할 것은 우리의 현실이다. 동아줄로 만들고 싶은 미국, 중국과의 끈은 모두 약해질 수 있다. 난관은 정교한 외교전술로 돌파해야 한다. 더 큰 과제는 ‘힘없는 대한민국’을 직시하는 일이다. 전략적 모호성? 자강불식(自强不息)의 다짐은 하고 있는가. 열강의 틈에서 외교랍시고 부화뇌동하다 나라 잃은 우는 한 번으로 족하다.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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