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마니아의 비뚤어진 열정…훔친 음향기기로 감상실 꾸며

입력 : 2015-03-26 13:27:09 수정 : 2015-03-26 17:53:0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음악 마니아라면 누구나 자기 집 한쪽에 고가의 음향기기로 채워진 '전용 음악 감상실'을 한 번쯤 꿈꿔봤을 것이다.

서울 노원구에서 치킨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46)씨도 그랬다. 그는 서울 중구 자신의 집 방 한 칸을 내어 각종 음향기기를 쌓아두고 하루에 몇 시간이고 음악을 즐겼다.

그러나 이 음향기기들은 김씨가 지난 1년간 꾸준히 훔쳐 모은 것이었다.

7년 전 음악 카페를 운영하며 재즈·팝송·클래식 음악에 심취한 김씨는 음악 감상을 위해 음향기기를 하나둘씩 구입해왔다. 그러나 사업이 어려워져 더는 취미 생활에 돈을 쏟아부을 수 없게 되자 결국 도둑질에까지 손을 댔다.

그는 작년 3월 중순 서울 세운상가에서 20만원짜리 앰프를 훔친 것을 시작으로 이달 16일까지 1년간 주로 세운상가나 황학전자상가 등에서 17차례에 걸쳐 총 678만원어치의 오디오 앰프, 스피커, 대형 TV 등 20여가지 종류의 물건을 훔쳤다.

김씨는 음향기기 판매점들이 중고 상품을 길거리에 내 놓고 판다는 점을 악용해 눈여겨본 상품을 그대로 오토바이에 싣고 오는 수법을 썼다.

음향기기 판매점들에서 상품들이 사라진다는 112 신고가 잇따르자 CC(폐쇄회로)TV 분석 등을 거친 경찰에 결국 김씨의 범행도 꼬리가 잡혔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상습 절도 혐의로 김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은 김씨의 집에서 훔친 음향기기를 직접 정성스레 튜닝해 음악 감상실로 꾸며 놓은 방을 찾아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음악 감상 취미에 푹 빠져 물건을 훔치는 것이 범죄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연합>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