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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시시각각 변하는 갠지스강, 삶과 직결된 성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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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3-26 19:55:38 수정 : 2015-03-26 19:5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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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희 리포터의 인도 견문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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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준비 중에 틈틈이 해외여행 계획을 짰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나름 힘들고 험한 여행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택한 나라가 인도다. 처음에는 배낭여행을 떠나려고 했으나 여자 혼자 다니기에는 위험하고 무서운 곳이라며 주변 사람들의 만류가 많았다. 일단 인도전문여행사를 통해 관광객과 함께 현지 가이드랑 같이 움직이는 걸로 지난 1월 중순 인도를 갔다 왔다. 8박9일 동안 인도 곳곳을 돌아다니며 보고 느낀 점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인천공항에서 홍콩을 경유해 인도 뉴델리까지 가는 데 13시간 정도 걸렸다. 뉴델리에서 하루를 묵고 다시 비행기로 1시간 반 정도 걸려 동북부지역 ‘바라나시’라는 도시에 도착했다. 공항을 빠져나와 도심으로 들어서니 진짜 심각하다.

씻기조차 힘들었던 열악한 중국 생활도 이겨냈고 서로 얼굴을 보며 아침인사를 건네던 내몽골의 화장실도 견뎌냈지만 인도의 첫인상은 충격적이었다. 각종 오물이 나뒹구는 길 옆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이며 교통법규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도로, 길을 가득 메운 자전거와 오토릭샤(자동 인력거)가 뿜어대는 매연 때문에 숨도 쉬기 힘들어 마스크를 써야만 했다. 다행히 날씨는 쌀쌀한 편인데 일교차는 컸다.

경적 소리는 어찌나 큰지 짜증이 날 정도다. 한 번 가면 또 가고 싶어 몇 번을 찾는다는 인도라던데 첫날부터 어서 이곳을 탈출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인력거를 타고 갠지스강에 도착했다. 인력거꾼이 너무 마른 체격이라 괜히 미안한 마음도 들고 해서 팁도 쥐여줬다. 끊임없이 손을 내미는 거지 인파를 뚫고 갠지스강에 도착했을 때도 여전히 충격은 가시지 않았다.

갠지스강은 힌두교인들이 아주 성스럽게 여기는 강으로 이 근처에서 화장을 해 뼛가루를 물에 흘려 보내면 극락에 갈 수 있다고들 믿는단다. 갠지스강은 늘 관광객과 기도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길바닥에 뿌려진 소똥을 피하느라 앞을 보고 걷기가 힘들다. 간신히 화장터에 도착했는데 높이 쌓인 장작을 타고 무섭게 타오르는 불길 사이로 어스름한 사람 형체가 보였다. 이곳 전통 장례식을 코앞에서 보고 있자니 마음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해가 지고 갠지스강에 밤이 찾아오자 화장터의 숙연함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갠지스강 입구에서는 매일 바르만(카스트제도의 최고계층, 기도자)들이 ‘푸자’ 의식을 치르고 이를 구경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몰려든다. ‘푸자’ 의식은 갠지스강의 여신에게 바치는 제사로,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1시간가량 진행된다. 종소리에 맞춰 바르만들의 기도소리가 울려 퍼진다. 종종 아이들이나 어른들이 쟁반을 들고다니며 이마에 빨간 가루를 묻혀주는데 간단하게 축복을 빌어주는 기도라고 한다. 사람들로 바글바글한 갠지스강의 밤은 그야말로 활력이 넘친다.

이른 아침부터 관광객들이 보트를 타고 갠지스강 주변을 구경하고 있다.
다음날 아침 일찍 갠지스강을 다시 찾아 해 뜰 무렵 보트관광에 나섰다. 고요한 새벽녘 강 너머로 빛이 스며들면서 갠지스강의 모습이 시시각각 변하는데 이쯤 돼서야 왜 여기를 성지로 여기는지 이해되기 시작했다. 가이드가 꽃에 불을 붙여 한 명씩 나누어 주면서 간절한 기도를 담아 강에 꽃불을 띄우라기에 내 소원을 빌었다.

날이 밝자 사람들이 갠지스강으로 몰려들었다. 외국인이 보기에는 화장터에서 떠내려온 뼛가루와 각종 동물들의 오물이 떠다니는 더러운 강물이지만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성수였다.

인도인들은 매일 아침 이곳에서 기도를 하고 그 물로 몸을 씻으면 죄를 씻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갠지스강은 단순한 성지가 아니라 이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그들은 이 물을 식수로도 사용하고 이곳에서 빨래를 하고 또 사람을 만난다. 갠지스강은 하루 여유를 갖고 충분히 둘러보는 것도 좋은 여행 방법이다. 시간마다 다른 갠지스강을 만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라나시(인도)=안재희 리포터 chss07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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