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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동강할미꽃의 봄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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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3-26 19:23:58 수정 : 2015-03-26 21:2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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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한 포기 찾기 힘든 가파른 회색 절벽 틈 사이에 핀 ‘동강할미꽃’.
겨울 흔적이 아직 남아 있는 강원도 산골에서 제일 먼저 외친다. “봄이 왔노라”고…
강원도 영월 뼝창마을의 동강할미꽃은 동강의 아름다움과 어우러져 기막힌 풍광을 만들어낸다.
봄은 남쪽에서부터 조심스럽게 다가오게 마련이다. 조금씩 계절에 젖어들면서 어느 순간 “어! 벌써 봄이 왔네” 하고 일깨워주는 것이 특유의 방식이다. 그래서일까. 남아있는 겨울 한기 속에서 “봄이 왔다!”고 당당히 외치는 존재들을 보면 유난히 더 반갑다. 다가오는 계절을 온몸으로 좀 더 확연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봄을 만나는 이런 색다른 경험을 하기 위해 강원도 동강으로 떠났다. 아직 남쪽 땅끝에서도 봄소식이 완전히 들리지 않은 시기에 강원도라니. 하지만 겨울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는 그곳에 봄의 시작을 느낄 수 있는 녀석이 피어나고 있다. 강인한 생명력이 인상적인 동강할미꽃이 주인공이다. 우리나라 동강지역에서만 만날 수 있는 희귀종이다. 흰 털이 수북이 붙은 모습에 할미꽃이란 이름이 붙긴 했지만 특이하게도 동강할미꽃은 다른 할미꽃과는 달리 땅을 가리지 않는다. 강원도 산골의 꽃샘추위를 뚫고 석회질 바위 틈에서 피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동강할미꽃은 꼿꼿하게 서서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린다. 그리고 당당히 외친다. “봄이 왔다!”고.
강원도 정선 귤암리의 회색 절벽에서 자생하는 동강할미꽃. 강인한 생명력으로 더 아름다운 꽃이다.

이 멋진 봄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달려간 첫 번째 장소는 강원도 정선의 귤암마을이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동강할미꽃 자생지가 있는 곳이다. 귤암리까지 가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고속도로와 국도를 빠져나와서도 꼬불꼬불한 동강변 도로를 한참 달려야 한다. 길 주변에는 여기저기 ‘낙석주의’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그 정도로 험하다. 길가에는 겨우내 내린 눈이 다 녹지도 않았다. 운전을 해서 간다면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절벽에 맞닿은 길을 달리다 보면 도로변에 ‘동강할미꽃 군락지’라는 표지판을 찾을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동강할미꽃은 장미나 튤립처럼 꽃밭을 한 가지 색으로 채우며 흐드러지게 피는 꽃이 아니다. 동강할미꽃 꽃밭은 동강의 가파른 회색 절벽이다. 바위벽을 눈을 부릅뜨고 한참을 찾아야 그 틈에서 손을 들고 있는 보랏빛 꽃을 만날 수 있다. 동강 봄 손님과의 만남은 이렇게 긴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성사된다.
그렇게 마주한 동강할미꽃의 모습은 그저 신비하다고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풀 한 포기 찾기 힘든 가파른 바위벽을 이 여리디여려 보이는 식물이 뚫고 올라왔다는 데 한 번 놀라고, 3월의 스산함 속에서 꽃을 피워낸 존재가 동강할미꽃뿐이라는 것에 또 한 번 놀란다. 강인함과 생명력이 더 부각되긴 하지만 동강할미꽃은 그 자체로도 매우 아름답다. 겨울 잔재 속에서 선명하게 두드러지는 보랏빛은 봄의 한복판에서 만나는 장미의 붉은색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화려하다.
뼝창마을을 감싸며 흘러가는 동강의 모습.

귤암리의 동강할미꽃과 작별하고 산 너머 영월 문산리로 간다. 더 많은 동강할미꽃을 만나기 위해서다. 문산리의 다른 이름은 뼝창마을이다. ‘뼝창’이란 절벽이라는 뜻의 강원도 사투리로 이름 그대로 깊은 산속 마을은 동강의 기암괴석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절벽 한쪽에 동강할미꽃 복원지가 생성돼 있다. 마을과 동강을 가로지르는 문산교 바로 옆 산길이 뼝창마을 동강할미꽃 보금자리다. 마을 주민들의 세심한 손길을 거쳐 복원된 만큼 문산리 동강할미꽃은 귤암리의 것보다 조금 더 화려하다. 가족을 동반하고 동강할미꽃을 찾아 나선 여행자라면 아슬아슬한 도로변에서 꽃을 만나야 하는 귤암리보다는 뼝창마을 쪽이 감상하기에 더 좋다.
뼝창마을은 영월에서도 손꼽히는 오지다. 마을로 들어가는 콘크리트 다리가 생기기 전까지 쓰던 나룻배들이 남아있다.

뼝창마을은 동강 일대에서도 절경으로 소문난 마을이기도 하다. 영월에서 승용차로 들어갈 수 있는 동강변 마지막 마을로 굽이돌면서 흐르는 강과 그 강을 바라보는 기암괴석의 풍경이 아름답다. 콘크리트다리인 문산교가 놓이기 전까지는 줄배를 이용해 드나들었을 정도로 오지인데, 마을 주민들이 이용하던 배들이 지금도 남아있다. 명승 14호로 지정된 어라연도 인근에 있다. 동강 물길이 산을 따라 굽어 흐르다 연못처럼 만들어진 계곡으로 동강할미꽃, 뼝창마을과 함께 놓치면 안 되는 절경이다.

영월·정선=글·사진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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