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흔적이 아직 남아 있는 강원도 산골에서 제일 먼저 외친다. “봄이 왔노라”고…
강원도 영월 뼝창마을의 동강할미꽃은 동강의 아름다움과 어우러져 기막힌 풍광을 만들어낸다. |
봄을 만나는 이런 색다른 경험을 하기 위해 강원도 동강으로 떠났다. 아직 남쪽 땅끝에서도 봄소식이 완전히 들리지 않은 시기에 강원도라니. 하지만 겨울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는 그곳에 봄의 시작을 느낄 수 있는 녀석이 피어나고 있다. 강인한 생명력이 인상적인 동강할미꽃이 주인공이다. 우리나라 동강지역에서만 만날 수 있는 희귀종이다. 흰 털이 수북이 붙은 모습에 할미꽃이란 이름이 붙긴 했지만 특이하게도 동강할미꽃은 다른 할미꽃과는 달리 땅을 가리지 않는다. 강원도 산골의 꽃샘추위를 뚫고 석회질 바위 틈에서 피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동강할미꽃은 꼿꼿하게 서서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린다. 그리고 당당히 외친다. “봄이 왔다!”고.
강원도 정선 귤암리의 회색 절벽에서 자생하는 동강할미꽃. 강인한 생명력으로 더 아름다운 꽃이다. |
이 멋진 봄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달려간 첫 번째 장소는 강원도 정선의 귤암마을이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동강할미꽃 자생지가 있는 곳이다. 귤암리까지 가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고속도로와 국도를 빠져나와서도 꼬불꼬불한 동강변 도로를 한참 달려야 한다. 길 주변에는 여기저기 ‘낙석주의’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그 정도로 험하다. 길가에는 겨우내 내린 눈이 다 녹지도 않았다. 운전을 해서 간다면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절벽에 맞닿은 길을 달리다 보면 도로변에 ‘동강할미꽃 군락지’라는 표지판을 찾을 수 있다.
뼝창마을을 감싸며 흘러가는 동강의 모습. |
뼝창마을은 영월에서도 손꼽히는 오지다. 마을로 들어가는 콘크리트 다리가 생기기 전까지 쓰던 나룻배들이 남아있다. |
뼝창마을은 동강 일대에서도 절경으로 소문난 마을이기도 하다. 영월에서 승용차로 들어갈 수 있는 동강변 마지막 마을로 굽이돌면서 흐르는 강과 그 강을 바라보는 기암괴석의 풍경이 아름답다. 콘크리트다리인 문산교가 놓이기 전까지는 줄배를 이용해 드나들었을 정도로 오지인데, 마을 주민들이 이용하던 배들이 지금도 남아있다. 명승 14호로 지정된 어라연도 인근에 있다. 동강 물길이 산을 따라 굽어 흐르다 연못처럼 만들어진 계곡으로 동강할미꽃, 뼝창마을과 함께 놓치면 안 되는 절경이다.
영월·정선=글·사진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세계섹션>세계섹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